[심수관展/이원복씨 특강]도자기속 그림,우주와 합일기원

  • 입력 1998년 8월 13일 19시 48분


심수관가(家) 도예전을 기념하는 특별강연 마지막회가 12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옥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은 국립중앙박물관 이원복(李源福)미술부장의 ‘우리 도자기 속의 그림들’.

우리 전통 도자기와 도자기 속의 그림은 한국적인 미의식과 미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의 하나다. 이는 도자기가 실용적 생활 용기로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오랜 기간 공백없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도자기 속의 그림은 또한 그 시대 회화의 흐름을 연구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우리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이나 문양의 예술성은 중국 일본 도자기와 한국 도자기를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중국 도자기를 보면 그림이 너무 틀에 박힌 듯하다. 우리는 도식적이지 않고 창조적이며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완벽한 그림이 된다. 도공이 직접 그린 것도 있지만 각 시대의 정상급 화가들이 그린 그림도 적지 않다. 조선 도자기의 그림에 사대부들의 정신과 미감이 잘 드러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려청자의 그림이나 문양은 비교적 화려하고 조선백자의 그림은 청초하고 소박 간결하다. 고려청자의 경우 버드나무와 물새가 있는 물가의 정경을 보여주는 ‘포류수금(蒲柳水禽)’이 자주 등장한다. 고려인의 여유와 평화로움이다. 뿐만 아니라 구름과 학, 들국화 그림은 청자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더해 준다.

한 예로 내부에 구름과 학이 그려진 작은 청자대접을 보자. 거기에다 물을 따라 마신다면 어떠할까. 한모금 마시면 둥둥 떠다니던 구름 한점이 내 몸 속에 밀려 들어오고 또 한모금 마시면 학 한마리가 날아든다. 그리곤 결국 저 드넓은 하늘과 우주까지…. 이것이다. 저 고려인들은 청자에 문양 하나, 그림 한편 새겨 넣으면서도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드넓은 세계와의 합일(合一)을 기원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 이르면 매화 대나무 소나무 등이 나타나고 이어 포도그림과 산수화 등 다양하고 빼어난 도자기 그림이 선보인다. 후대로 가면 생략과 절제를 통해 여백의 미를 살리는 그림이 도자기의 표면을 장식하게 된다. 바로 우리가 말하는 한국적인 미학 그 자체다.

〈정리〓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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