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세계축구조류]한국

  • 입력 2002년 5월 13일 20시 35분


밤이 서울의 동대문시장. 노점에서는 소매점보다 싸게 살 수 있다.
밤이 서울의 동대문시장. 노점에서는 소매점보다 싸게 살 수 있다.
부산시 교외에 있는 김해공항에 내렸다. 1주일전 중국항공기의 추락현장을 먼 발치에서 보면서 서쪽으로 차를 몰기 약 45분. 경상남도 마산시 종합경기장에 도착했다.

잔디가 깨끗이 정리되어 있다. 수용인원 2만명.

4월 22일 무학기대회 결승이 있었다. 일년에 14번 열리는 전국고교 대회 중 하나이다. 준결승까지는 가까이에 있는 진해시 공설야구장에서 열렸다. 전면이 맨땅이었다.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무대. 하지만 응원단 이외 관객은 적다.

출장 64교중 결승에 진출한 두 고교는 지방의 마산공고와 서울 온남고였다.

▼축구부 창단 10개월만에 결승에 ▼

전반엔 온남고가 선전. 그러나 후반 전국제패 13번의 경력을 자랑하는 마산공고가 파워플레이로 몰아붙여 한순간에 역전, 3-2로 이겼다.

그러나 온산고의 빠르고 느린 공수조절 능력은 뛰어났다. 10개월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한 온산고는 도대체 어떤 학교일까?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온남고는 한강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축구팀이 맞는 아침은 빠르다. 6시. 교사 뒤 합숙소에서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3열로 뛰기 시작한다. '워이!' '워이' 쾌청하게 맑은 공기 사이로 구호가 울려 퍼진다. 부원25명. 전원이 공동 생활한다. 방은 두 개. 합쳐서 30평 정도될까. 모두 여기서 식사하고 수면한다. 코치도 함께.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만 귀가가 허용된다.

한 시간의 휘지컬트레이닝과 기본연습을 끝내고 맞는 아침식사. 김, 김치, 계란말이, 조림, 밥과 소금맛의 스프.

"물론 생활은 힘듭니다. 같은 일의 반복이니까요."

밥술을 뜨며 2학년생이 말한다.

같은 학교 장종혁 체육부장(48)은 "한국의 고등학교 축구부는 모두 이와 비슷한 합숙생활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온남고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수업에 출석해야 하는 것이다.

"영원히 선수로만 있을 수 없다. 코치, 감독, 해설자가 되었을 때 배우지 않고 해 나갈 수 있겠는가." 김영권교장(62)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는 스포츠선수를 '프로'라고 부른다. 수업에 거의 나가지 않고 연습에만 전념하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자기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축구기자경력 27년인 김덕기기자(53)는 한탄한다.

온남고 3학년생 골기퍼는 학교 창설과 동시에 전학해 왔다. 전에 다니던 고등학교에선 가끔씩 수업에 나갔다. 중학교때도 오전 수업만 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이제 익숙해졌다. 영어도 앞으로 필요한 거고, 머리가 좋아진 것 같다." 라고 웃었다.

예전부터 '문무양도'는 존재해왔다. 그러나 69년 대학수험자들에게 예비시험을 치루게 해 상황이 바뀌었다. 예비시험은 일정 점수이하의 수험생을 떨어뜨리려 만든 것이였다. 스포츠선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가 크게 줄었다.

이후 72년 '스포츠 특기자'의 대학추천제도가 마련되었다. 추천기준은 전국대회 4강이상의 성적. 이번엔 4강진출이 지상명제가 되어 선수들은 오로지 연습에만 임하게 되었다.

돈도 든다. 감독, 코치는 학교직원이 아니라 팀을 고용한다. 온남고는 합숙비용을 포함해 1개월에 50-70만원을 선수의 부모가 부담한다.

경제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각 학교에 스포츠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한국축구협회 남자학교 등록수는 중학교 165개교, 고등학교 102교, 대학 53개교였다. 완전 피라미드식이다. 일반 학생들의 수험전쟁 이상으로 입학경쟁은 치열하다.

"축구 그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승부'를 가르치는 풍토가 이러한 진학제도를 만들었다" 고 김기자는 말한다. 천천히 기술을 키우기 보단 체력, 정신력을 단련시켜 승리를 얻는데 익숙했던 것.

95년 교육개혁으로 스포츠특기자의 자격기준을 대학별로 정할 수 있게 됐다. '8강 이상'' 개인의 기량에 따라' 등 기준을 완화시키는 대학이 늘었지만 그렇다고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이겨야만 합격권에 들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무학기대회에서 준결승한 진출한 서울 광문고의 김태현감독(48)은 이렇게 심정을 밝혔다.

<아사히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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