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세계수영 400m 金]1레인 ‘더블 핸디캡’ 극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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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벽-옆선수 물살 저항 크고
② 경쟁자 살피기도 어려워

기적 같은 반전 드라마였다. 1번 레인의 불리한 여건을 괴력과 투지로 뒤집었다.

양쪽 사이드인 1번 레인과 8번 레인은 선수들이 가장 꺼리는 레인이다. 물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옆 선수에 의해 발생하는 물살은 물론이고 벽에서 부딪쳐 나오는 물살의 영향도 받게 된다. 조금이라도 저항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1번 레인은 페이스를 조절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보통 선수들은 50m 간격으로 턴을 할 때 좌우를 살피며 경쟁자들의 상황을 파악한다. 하지만 사이드 레인에서는 한 쪽밖에 볼 수 없다.

박태환을 지도했던 노민상 전 수영대표팀 감독은 “내 기억에 1번 레인에서 뛰고 1등으로 들어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400m 같은 중장거리에선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며 제자의 괴력과 천재성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표시했다.

박태환의 이번 우승이 높이 평가 받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이번 대회는 전신수영복 규제 후 열린 첫 번째 세계선수권이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첨단 전신수영복은 부력을 향상시키고 물의 저항을 줄여 신기록을 양산했다. 전신수영복 도입 이후 2008년 세계신기록은 108개나 나왔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도 43개가 쏟아졌다.

인간 본연의 신체 기능을 겨루는 스포츠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논란 속에 국제수영연맹(FINA)은 지난해부터 첨단 전신수영복을 규제했다. 이후 약 1년 6개월 동안 올림픽 규격인 롱코스에서 세계신기록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박태환은 전신수영복의 도움을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선수다. 착용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해왔다. 전신수영복 규제는 박태환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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