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TALK’]<54>비닐장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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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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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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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체조 뜀틀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 선수가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를 방송에서 보는 순간 유독 장판이 부각돼 눈시울이 시큰했다. 바닥재업체들이 친환경 제품을 내놓으며 유해물질 제로에 도전한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마당에 양 선수의 집은 추억 어린 비닐장판 그대로의 원형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 새로 짓는 아파트나 전원주택에는 거의 원목마루, 합판마루, 강화마루, 옥수수 소재의 마루 같은 친환경 소재가 기본으로 깔린다. 비닐장판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그 시절의 신제품이었을 초창기 비밀장판의 면모를 살펴보자.

국제비니루 상공사의 꽃장판 광고(동아일보 1956년 4월 1일)는 ‘꽃장판을 깔면’이라는 가정(假定)형 헤드라인을 써서 소비자를 유인했다. 가정법을 썼을 때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겨냥한 듯하다. 꽃장판을 깔았을 때의 좋은 점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은 보디카피로 소개하고 있다. “1. 온돌의 경우…열을 받는 속도가 빨라서 방이 속(速)히 더웁고, 보온질로 되어있기 때문에 오래도록 식지 않는다. 2. 마루·응접실의 경우…소제(掃除·청소)에 간편하고 따라서 위생상 극치를 이룬다. 3. 기타 특점…장구한 수명을 확보하기 때문에 절대 경제적임.”

이 광고에서는 이름도 화려한 비니루(비닐) ‘꽃장판’의 특성을 온돌, 마루, 응접실 같은 모든 장소의 용도에 맞게 설명하고 있다. 즉, 어떤 바닥에 깔아도 좋다는 말인데 그 쓰임새를 세세하게 설명해 소비자들이 쉽게 납득할 것 같다. 광고의 마지막 부분에서 꽃장판은 국제비니루 상공사로 주문해야 모든 점에서 안심할 것이라며 소비자를 유도한 점도 인상적이다.

최근 정부는 인체에 유해한 프탈레이트 물질이 함유된 바닥재 가소제에 대해 환경마크 인증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란 폴리염화비닐(PVC) 바닥재에서 접착에 사용되는 첨가제로 남성 호르몬의 변화, 당뇨병, 소아비만의 원인이 되는 환경호르몬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렇게 되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바닥재가 기존의 비닐장판을 대체한다. 이제 비닐장판은 서서히 소비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아니면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인순이) 같은 노래로만 살아 있으리라.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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