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건혁]핀테크는 나이를 차별하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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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경제부 기자
이건혁 경제부 기자
싱가포르 도심의 한 고층빌딩에 위치한 핀테크 허브 ‘80RR’. 싱가포르 정부와 민간기업, 싱가포르핀테크협회(SFA)가 손잡고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2년 전 만든 공간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청바지 차림의 창업가와 엔지니어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곳에서 만난 간분썽 80RR 센터장에게 “한국에도 이런 창업공간이 많이 생겼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분위기가 꽤 비슷한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간 센터장은 ‘핀테크 탤런트 프로그램’이라고 적힌 안내장을 꺼내들었다.

안내장엔 ‘싱가포르의 성장 물결에 동참하라’는 글과 싱가포르 노동조합총협회(NTUC)의 로고가 눈에 띄었다. 핀테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련된 이 교육 프로그램에 싱가포르 노조가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노조는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강연장도 제공했다. 노조가 핀테크의 확산으로 은행 점포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술 혁명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도록 앞장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이 교육 프로그램은 싱가포르 정부가 비용의 90%를 댄다. 예비 창업자 등으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주 80시간 동안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관련된 강의를 듣고 실습까지 해야 한다. 핀테크 비즈니스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인 만큼 강연 수준도 꽤 높은 편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강생은 60여 명으로 평균 나이는 44세였다. 간 센터장은 “20, 30대보다 변화가 절실한 40, 50대 현직 금융권 종사자들의 관심이 크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2014년 국가 비전으로 ‘스마트네이션’을 내걸었다.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모든 국민의 일상에 반영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이런 비전 아래 싱가포르에선 핀테크가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연령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다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핀테크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연령층이 핀테크 혁명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달리 한국에선 여전히 핀테크가 젊은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의 핀테크 창업 지원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노년층은 새로 나오는 핀테크 서비스가 낯설기만 하다.

싱가포르의 스마트네이션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지만 청년부터 노년, 어린이까지 핀테크 혁명에 동참하고 그 혜택을 함께 누려야 한다는 근본적 인식은 한국에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핀테크 혁신이 몰고 올 금융생활 혁명에서 소외받는 국민이 없도록 한국 금융당국과 금융사, 핀테크 기업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핀테크#스타트업#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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