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하정민]페이스북 제국의 종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페이스북이 동영상 부문에서 유튜브와 경쟁하겠다고? 우리를 따라 해서 이길 수 있을까? 아기들 사진이나 열심히 유통할 것이지….”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월 한 콘퍼런스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조롱과 경멸이 섞인 답변 뒤로 유튜브가 페이스북을 제치고 ‘대세’가 됐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난달 미국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미국 성인의 소셜미디어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는 73%로 페이스북(68%)을 제쳤다. 페이스북은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2년부터 6년간 부동의 1위였지만 올해 조사 대상에 처음 포함된 유튜브에 밀렸다.

유튜브란 ‘외부의 적’ 못지않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주를 괴롭히는 것은 ‘내부의 적’ 아닐까. 하버드대 동문인 크리스 휴스 공동 창업자, 숀 파커 초대 사장, ‘좋아요’ 버튼을 만든 개발자 저스틴 로즌스타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부사장, 초기 투자자 로저 맥너미 등 한때 생사고락을 나눈 이들이 최근 “페이스북이 사회를 작동하는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며 잇달아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저커버그 개인이 아니라 페이스북이란 플랫폼의 운영 방식에 대한 본원적 의문을 제기한다. 단순히 회사 요직에서 멀어진 데 따른 보복성 발언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그 정점에 있는 사람이 페이스북의 초대 타기팅 광고 담당자이자 사용자 데이터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개발에 앞장선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2013년 퇴사한 그는 지난해 내부고발 성격이 짙은 책 ‘카오스 멍키’를 통해 페이스북의 속살을 낱낱이 까발렸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마르티네즈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사내 보안은 이용자 개인 정보보다 훨씬 중요하다. 보안팀은 옛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처럼 직원들을 엄격히 감시한다. 저커버그가 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의 첫 문장은 “메일 내용을 공유하지 말라. 안 그러면 보안팀이 출동한다”다. 혁신과 문제 해결이란 미명하에 법을 회피하려는 문화가 만연하며 아무도 이를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그는 저커버그가 회사를 이렇게 운영하는 이유가 더 많은 ‘돈’ 때문도 아니라고 했다. 전 세계인이 페이스북 로고가 있는 파란 창을 들여다보게 하겠다는 순수한 ‘열정’에 기인하며 이를 감안할 때 저커버그는 ‘교주’, 직원들은 ‘신도’와 유사하다고 일갈했다. “물욕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있고 행동도 예측가능하다. 광신자는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그 광기가 어디까지 이를지 짐작할 수 없다. 페이스북은 그런 곳이다.”

저커버그는 회사 창립 14년이 지난 지금도 CEO, 이사회 의장, 최대주주를 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전대미문의 정보유출 사고가 불거진 후에도 경영 일선 후퇴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사회 의장직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말 대신 진솔한 사과와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설 시점이 아닐까. 22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 제국의 황제가 유출 파문 당사자인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영 씁쓸하다.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dew@donga.com
#페이스북#수전 워치츠키#유튜브#마크 저커버그#내부의 적#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카오스 멍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