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사법 후폭풍, 정책실패와 재정지원의 반복되는 악순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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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 시행에 들어간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제 교육부는 인문 사회 예체능 분야 박사급 연구자 2000명에게 280억 원을 지원하는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의 추가 공모 계획을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 지원과제 선정을 마쳤으나 강사법 시행으로 일자리를 잃은 강사들을 추가 선발해 1년간 연구비 1300만 원과 기관지원금 100만 원 등 1400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면서 긴급히 내놓은 대책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해고 강사 연구비 지원을 늘린 것은 현장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이다. 1년 이상 임용,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강사법의 시행은 우려했던 대로 강사들의 해고를 불러왔다. 정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1만 명의 강사 자리가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2000명에게, 그것도 세금으로 1년간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강사법 폭탄’의 근본 처방은 될 수 없다.

대학 사회는 강사법 시행을 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학기 개강을 앞둔 현 시점에 강사 신규 채용을 확정하고 공고절차를 마친 대학은 32.3%에 불과하다. 상당수 대학이 강사들을 해고하고 강의 수를 대폭 줄이는 바람에 수강신청에 혼란이 빚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강사를 위한 강사법이 출발부터 난항을 맞은 것은 좋은 취지의 정책이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다. 시간강사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학생들은 학습선택권을 침해받고, 대학은 재정난이 가중된 상황에 나라 곳간마저 축내게 된 상황이다. 치밀한 준비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을 도입해 ‘강사법=강사해고법’이란 말이 나오게 만든 교육부의 책임이 무겁다.
#대학#강사법#교육부#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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