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2월 6일]Prince는 정말 왕자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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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아래는 위 사진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각 ○ 안에 알맞은 글자를 넣으시오.

“2011년 결혼식을 마친 윌리엄 영국 ○○○(오른쪽)과 캐서린 ○○○○(왼쪽)이 런던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입을 맞추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는 보통 맨 처음 나오는 동그라미 세 개를 ‘왕세손’이라고 채운다. 케임브리지 공작 윌리엄이라고도 부르는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손. 영어로는 보통 ‘Prince William’이라고 쓰지만 동양에서 왕의 장손을 왕세손이라고 부르던 걸 준용해 윌리엄도 왕세손이 된다. ‘Prince’가 꼭 ‘왕자’는 아닌 것이다.

그러면 캐서린 뒤에는 왕세손의 아내를 부르는 호칭이 들어갈 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 구글 검색 결과를 보면 ‘왕세손빈’이 1410개로 ‘왕세손비’(840개)보다 많다. 왕세손비나 왕세손빈 모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낱말이지만 역시 동양 왕실 전통에 따라 쓰면 왕세손빈(嬪)이 정답에 가깝다. 비(妃)는 보통 왕의 정실 아내를 뜻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윌리엄의 어머니를 흔히 ‘다이애나 비’라고 부르는 것도 100%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웨일스 공작부인 다이애나의 전 남편인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왕세자의 아내를 뜻하는 낱말은 왕세자빈 또는 세자빈이다. 따라서 다이애나 비가 아니라 다이애나 빈이 맞다.

다이애나 빈은 영어로 흔히 ‘Princess Diana’니까 Princess도 꼭 공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추억 속 그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Princess Maker)’가 꼭 ‘공주 만들기’가 아닐 수도 있는 이유다.

별로 쓸 일도 없는 왕실 호칭을 원고지 넉 장 넘게 소개한 건 1989년 오늘(12월 6일)자에 실린 ‘英(영) 윌리엄 王子(왕자) 「失禮(실례)」 사진 말썽’ 기사 때문. 일단 여태 확인한 것처럼 제목부터 틀렸다.



이 기사 첫 줄은 “영국 런던의 대중 주간지 「더 피플」은 지난 11월 19일 찰스 황태자의 장남 윌리엄 왕자(7)와 차남 해리 왕자(5)가 학교 운동장에서 노는 장면을 숨어서 찍어 게재했다가 편집장이 해고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이다.

황태자는 황제의 자리를 이을 아들을 뜻하는 낱말. 엘리자베스 2세는 황제가 아니기 때문에 웨일스 공 찰스는 황태자로 불릴 수가 없다. 영국은 황제국을 칭한 적이 없지만 영국 왕은 1876년부터 1947년까지 인도 제국 황제를 겸했다. 1947년 파키스탄이 독립하면서 인도 제국이 무너졌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2년 즉위했기 때문에 황제였던 적이 없다. 단,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언론에서 이 웨일스 공을 황태자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었기에 이 기사만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찰스 왕세자로서는 애석하다면 애석(?)한 건 저 기사가 나오고 28년이 지나도록 두 아들을 왕자로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69세인 찰스 왕세자가 영국 왕위에 오르면 1830년 65세로 왕이 된 윌리엄 4세를 넘어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이 나이에 즉위한 왕이 된다. 그러니까 찰스는 이미 영국 역사상 최고령 왕세자다.

그러면 1일(현지 시간) 결혼하겠다고 발표한 해리는 뭐라고 부르는 게 옳을까. 어쩐지 해리는 왕자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이지만 여왕 손자니까 그냥 왕손(王孫)이 가장 적합한 표현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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