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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 대학 갈 때까지… 나는 수험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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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 대학 갈 때까지… 나는 수험생입니다”

김희균기자 입력 2015-04-22 03:00수정 2015-04-2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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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행복원정대/엄마에게 날개를]<6>자녀 성적이 나의 성적표
※6회부터는 엄마들의 고민거리를 1인칭 시점으로 전해드립니다.
오전 5:30

매일 아침 알람과 함께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숫자다. 아침잠이 많아 고3 때도 지각을 밥 먹듯이 하던 나였는데, 벌써 10년 넘게 새벽 기상이다. 올해 딸이 대학입시에 낙방하면서 ‘실패한 엄마’라는 선고를 받은 뒤로는 기상 시각이 30분 빨라졌다.

‘재수는 필수’라며 수시와 정시 모두 호기롭게 상향 지원하던 딸. 막상 입시에 실패하자 모든 게 엄마 때문이라고 했다. 엄마가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를 못해줘서 ‘수시 로또’에 떨어지고, 엄마가 족집게 컨설팅을 못 받아줘 ‘정시 전략’도 제대로 세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 나는 수험생이다


나는 재수생 딸과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40대 끝자락의 전업주부다. 공부는 애들이 하건만 나도 수험생과 다를 바 없다. 성적이 안 나오면 내가 혼난다. 남편은 “아침에 나가서 오밤중에 들어오는 애 둘 키우는 게 뭐가 힘드냐”고 한다. 사내 커플로 만나 큰아이 중2 때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나를 무시하지는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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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종합학원에 다니는 딸은 오전 6시 20분에 집을 나선다. 보양죽과 야채즙을 챙겨 먹이고 차로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려면 새벽별 보기는 필수다. 학원비, 교재비, 모의고사 응시료, 급식비에 용돈을 더하면 매달 큰애한테 들어가는 돈만 200만 원. 고3 때 인터넷강의와 논술 과외를 받느라 썼던 사교육비의 배다. 큰아이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 곧바로 둘째를 싣고 나가야 한다. 올해 학교가 오전 9시 등교로 바뀌면서 7시 반에 영어학원에 들렀다 간다.

야근 많은 워킹맘이 그렇듯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신경을 많이 쓸 수가 없었다. 두 살 때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느라 잔병치레가 많은 둘째를 퇴근 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만 해도 전쟁이었다. 큰애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피아노학원과 미술학원, 3학년 때부터는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에 보냈다. 엄마 숙제인지 애들 숙제인지 모를 수행평가, 학교 숙제보다 많은 영어학원 숙제는 간신히 들여다보는 정도였다.

○ “두 바퀴냐? 미적이냐?”

딸은 공부를 곧잘 했고 중학교도 평판이 좋은 곳으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 당시 반에서 2, 3등 하던 딸은 2학년이 되자 10등 밖으로 떨어졌다. 아이는 “○○이는 과외로 두 달 만에 수학 성적이 10점 올랐고, △△는 엄마가 목동의 특별한 스터디에 데리고 다닌다”며 학원 말고 과외를 시켜 달라고 했다.

‘동네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데 어디서 과외 선생을 구하나….’ 회사에서 월말정산 맞추는 일보다 막막했다. 설상가상 남매를 봐주던 친정 엄마가 요양원에 들어가자 둘째는 내가 출근할 때마다 “다른 엄마들처럼 같이 있어 달라”고 보챘다.

큰애의 성적이 점점 떨어지면서 둘째까지 ‘실패’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큰애 출산 한 달 만에 복직해서 죽기 살기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결정적인 이유였다.

고교생이 된 딸은 첫 진단평가에서 수학이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학부모 모임에서 엄마들이 “두 바퀴냐? 미적이냐?”라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그제야 알았다.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같이 시킨 동네 엄마들은 이미 중학교 때 고1 수학을 두 번 이상 선행학습 시키고, 2학년 과정인 미분·적분까지 끝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 내가 잘못된 걸까

회사를 그만둔 마당에 아이 뒷바라지도 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둘째 초등학교에서는 자진해서 반 대표를 맡고, 친한 엄마들 4명과 원어민 영어와 논술 과외팀을 짰다. 그중 한 아이가 경기도의 국제중에 갔다. 엄마들의 리그에서 아이의 성적은 엄마의 계급. 사교육 정보를 얻기 위해 ‘높으신 엄마’를 잘 모시는 것은 나의 중요한 임무다. 아이가 학원을 옮길 때마다 상담을 받고 다른 학원 스케줄을 조정하는 일도 내 몫이다.

둘째는 평일에는 영어와 수학, 주말에는 글쓰기, 영어, 과학 학원에 다닌다. 한 달 학원비가 80만 원, 방학 때는 150만 원까지 올라간다.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기가 찬다. 2월 교육부 발표를 보니 월평균 사교육비가 초 23만2000원, 중 27만 원, 고 23만 원이란다. 산골오지만 찾아다니며 조사를 했나?

돌아보면 매달 200만 원 이상 갖다 바치는 ‘사교육의 노예’짓을 10년 넘게 했다. 노후를 생각하면 답이 없지만 벗어날 수 없다. 대학 간판에 따라 평생 신분과 소득이 결정된다는 걸 안다. 청년실업은 점점 심해진다는데 내 자식들이 ‘3포 세대’가 될까 봐 두렵다. 내 새끼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방어 심리가 교육 경쟁으로 드러나는 것뿐이다. 내가 잘못된 걸까?

■ 사교육의 굴레

“미국에서 초중학교를 다닌 저는 외국어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때 배우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사립초교에 보냈더니 담임교사가 우리 아이만 영어를 못한다며 학원에 보내라고 하시네요.” (초1 쌍둥이를 둔 워킹맘 이모 씨)

“아이가 중학교에 가더니 ‘왜 미리 영어 수학을 많이 시켜 놓지 않았냐’고 투정을 하네요. 주변 엄마들 말을 들어보니 요즘 사춘기 아이들은 공부가 힘들면 엄마한테 화풀이를 하는 모양입니다.” (중1과 초5 자녀를 둔 전업맘 백모 씨)

물은 80도에선 끓지 않아… 주변에 휘둘리지 마세요 ▼

“엄마가 자존감이 없으면 헛된 정보에 휘둘립니다. 절대로 ‘내가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하지 마세요.”

수년간 초중고생 자녀와 부모의 특성을 진단하고 상담해 온 윤동수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사진)는 엄마의 자존감을 강조했다.

윤 이사는 기계적으로 공부하는 아이, 즉 ‘학습 머신’이 된 아이들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갖춘 아이들의 엄마를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먼저 엄마 자신의 삶을 위한 목표의식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올해는 책을 많이 읽겠다”, “봄에 어디로 여행을 가야겠다”와 같은 생활 속 목표다.

이런 목표의식이 있으면 두 번째 공통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바로 높은 자존감이다. 윤 이사는 “‘애 인생은 애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라고 말하는 부모들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자존감이 높은 엄마들만이 목표한 바를 이루려 노력하고, 그런 과정을 자녀와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공식적인 학부모 모임을 못하게 하는데도 엄마들끼리 축구클럽, 생일파티 등을 구실로 지속적으로 모인다. 여기서 사교육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엄마들이 ‘내가 아이를 방치하는 건가’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이코인가’라는 생각에 빠져들기 쉽다.

입시 정보에 밝은 윤 이사는 이런 모임에서 나오는 말들은 대부분 ‘헛된 정보’라고 지적했다. “정보를 좇아 사교육을 시키면 단기 효과는 나죠. 그러나 그 효과가 아이에게 내재화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물은 절대 80도에서 끓지 않아요.”

윤 이사는 “학원 뺑뺑이를 돌다가 50도에서 멈춰버리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엄마들이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아이 스스로 100도까지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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