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란 대통령을 초청한 당사자. 그러나 그는 독설에 가까운 연사 소개를 15분이나 이어가면서 이란 대통령을 “볼품없이 잔인한 독재자” “진지한 질문에 답할 지적 능력이 없는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볼린저 총장의 좌절은 자신이 강의해 온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의 조문과 현실에 존재하는 ‘국민정서법’ 사이에 존재하는 큰 간극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그는 이번 초청을 결정하면서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야 한다고 말하고,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부인하고, 테러를 배후 지원하는 이란 대통령일지라도 대학이라는 ‘이성의 공간’에서 의견 청취 및 토론이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며 반대자들을 물리쳤다.
그의 결정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열린 사고가 미국과 이란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 주도록 한 좋은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시종 공격적인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소신껏 초대했다면 질의응답을 통해 역사 부정, 민주주의 탄압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되도록 했어야지, 왜 초청자가 연사를 공격하느냐. 여론의 비난을 피하려는 계산 아니었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는 “이러저러한 문제는 둔사(遁辭)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겠다고 이란 정부에 사전에 주지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공격적 발언이 초청 단계부터 구상됐다는 뜻이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 언론에는 비판적 의견이 많았다. “아이비리그 대학 차원의 공식 연설장이란 자리를 준 것 자체가 역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독재자에게 정치적 선물을 줬다”는 논리다.
이란 대통령의 대학 방문에서 불거진 논란은 7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목숨을 잃어 가는 현실 속에서 잉태됐다. 미국 사회의 ‘국민정서법’이 헌법의 조문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볼린저 총장의 ‘매서운 연사 소개’ 역시 이런 법감정의 반영이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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