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하타미, 미국 치켜세운 까닭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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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신정(神政)국가 이란의 전직 대통령이 9·11테러 5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정책대학원 연단에 섰다. 의회전문채널 C-SPAN은 이란의 최고위 성직자만이 쓸 수 있는 검은 터번을 두르고 등장한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생중계했다.

상대적으로 개혁파로 분류되는 그는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을 비판했다. “9·11테러는 야만적 행위이며, 그런 범죄를 평화와 정의의 종교인 이슬람의 이름으로 저질렀다”고 했다.

이날 연설은 그의 미국 일정 중 마지막 순서. 그는 지난달 31일 ‘2주간의 방문비자’를 받아들고 미국행에 올랐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7일 워싱턴에서는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민간인을 살해하는 테러리스트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간으로 천국에 갈 수 없으며, 자신을 이슬람교도라고 한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한 나라. 더구나 하타미 전 대통령은 1997년에서 2005년까지 8년간 이란의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이날 하버드대 3학년인 한 학생이 질의응답을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하타미 전 대통령은 “내가 테러를 도왔다는 걸 어찌 그리 확신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 ‘문명 간 대화’를 주제어로 제시했다. 또 이란이 1979년 단교 이후 ‘적국(enemy)’으로 간주해 온 미국을 두고 이례적으로 “위대한 사람이 모여 위대한 능력을 발휘하는 위대한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이란 핵개발을 두고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보이고 있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몸짓으로 보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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