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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편, 디자인이 해결사”… 고객 체험통해 개선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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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편, 디자인이 해결사”… 고객 체험통해 개선점 찾아

강유현기자 입력 2015-04-16 03:00수정 2015-04-1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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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디자인 경영 시즌2]<4>서비스디자인, 영역 한계를 넘다
서비스 디자인 기법을 적용해 개발한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의 ‘스마트 베드(위쪽)’와 네이버의 ‘버닝데스크’. 스마트 베드에는 진료 기록과 하루 일정 체크, 의사에게 질의 등의 기능이 들어가 있다. 버닝데스크는 책상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개발자에 맞춰 크기(가로 1m, 세로 55㎝)를 최적화했다. PXD·네이버 제공
2012년 말 디자인회사 PXD의 디자이너는 각각 환자와 보호자 역할로 1박 2일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수속부터 검사, 진료, 식사, 취침, 퇴원 등 모든 과정을 거쳤다. 보호자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 1주일 동안은 간호사들을 종일 쫓아다녔다.

의료 서비스에서 개선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3개월간의 체험 및 관찰 결과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사 회진 시간을 몰라 항상 병상에 붙어 있어야 했다. 갑자기 의사가 오면 궁금했던 것을 깜빡하고 묻지 못했다. 의사가 퇴원하라고 했는데 퇴원 수속을 마치기까지 절차가 너무 복잡했다. 간호사들은 이불 교체와 점심 메뉴 신청을 받는 일까지 도맡아 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이후 5개월 동안 분당서울대병원과 병원 정보기술(IT) 솔루션 회사 헬스커넥트, PXD는 병원용 IT 솔루션을 탑재한 기기 ‘스마트 베드’를 개발했다. 환자들은 침상에 설치된 스마트 베드로 본인의 진료 기록과 하루 일과, 입원·퇴원 절차를 체크하고, 의사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식단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제기된 문제점이 해결됐다.


현재까지 스마트 베드 154대를 시범 운영한 분당서울대병원은 6월까지 1100대를 추가 설치한다. 병원 전체 병상의 90% 이상에 스마트 베드가 설치되는 것이다. 스마트 베드는 2013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지난해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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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의 경험을 디자인하다

스마트 베드 사례에서 보듯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은 ‘소비자 경험’이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이 경영자와 공급자 관점에서 이뤄졌다면 서비스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이 직접 소비자의 욕구를 체험한 뒤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디자인회사 컨티늄코리아의 김영민 대표는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과정, 서비스 최접점에 있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 등이 모두 서비스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지역발전팀장은 “소비자를 깊이 분석하기 때문에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안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의 미래 전략과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1991년 미하엘 에를호프 쾰른 국제디자인스쿨 교수가 처음 제기했다. 2001년 영국 런던엔 최초의 서비스 디자인 전문기업 라이브워크가 설립됐다.

서비스 디자인의 고전적인 사례는 2005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킵 더 체인지(잔돈은 가지세요)’다. BOA는 이자와 수수료 감면 등 혜택만으로 신규 고객 유치가 어려워지자 디자인회사 IDEO에 서비스 개발을 의뢰했다. 디자이너들은 주부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가계부를 쓸 때 1달러 미만 단위 잔돈을 계산하기 번거로워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IDEO는 체크카드로 계산했을 때 1달러 미만 잔돈을 별도 계좌에 자동 입금시키는 예금 상품을 개발했다. BOA는 이 서비스로 2005년 250만 명, 총 12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 앱, 사무실, 정책에도 서비스 디자인 적용

SK텔레콤은 지난달 서비스 디자인을 활용해 SK와이번스 전용 애플리케이션 ‘플레이 위드’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디자인회사 바이널X와 함께 20대 남녀 커플과 20, 30대 남성친구 등 두 그룹을 따라다니며 문학경기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떠난 뒤까지의 행동을 분석했다. 또 디자이너들은 직접 경기를 관람하고 구장 시설을 체험하면서 개선점을 찾았다. 그 결과 플레이 위드에는 경기장 내 좌석 찾기, 매장에서 진행되는 이벤트 참여, 와이번스 정보 찾기, 동영상·문자 실시간 중계 등의 기능이 포함됐다.

네이버는 1월 강원 춘천시에 사내 연수원 겸 연구공간인 ‘커넥트원’을 열면서 디자인회사 SWBK에 의뢰해 사무용 가구를 서비스 디자인 기법으로 제작했다. 직원들은 좁은 책상, 부족한 전원 플러그, 고정된 책상 등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네이버는 △장시간 책상에 앉아 일하는 개발자들이 특수 키보드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 멀티탭 등을 한번에 올려놓고 쓸 수 있도록 만든 ‘버닝데스크’ △8개 이상의 콘센트와 노트북 여러 개를 담을 수 있는 서랍, 프로젝터와 노트북 거치대 등을 갖춰 직원들이 이동할 때 번거롭게 짐을 옮기지 않아도 되는 ‘팀 캐리어’ △회의할 때 원 모양으로 이어 붙일 수 있도록 사다리꼴 모양으로 만든 책상 등을 도입했다.

서비스 디자인은 공공 정책에도 적용된다. 서울시는 다음 달 고령화 인구가 많고 거주 환경이 낙후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치매 관련 캠페인을 시작한다. 디자인회사 사이픽스의 디자이너들이 치매 어르신들을 따라다니며 관찰한 결과, 치매 어르신들은 길거리에서 걷다 지치면 아무 데나 주저앉았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밤에 용변을 보러 갔다 넘어지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5월부터 지역 내 거리의 인도와 도로를 명확히 구분하고 12개의 쉼터와 비상시 경찰에 치매 어르신을 인도할 슈퍼마켓 등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또 치매 어르신을 위한 인테리어 및 생활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서비스디자인#소비자#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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