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성폭행·고문 난무 ‘지옥’ 예멘…사우디행 이주자들에 ‘지옥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30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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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5만명이 예멘에 이주...1년전 보다 50% 이상 증가
일자리 찾아 사우디 아라비아 가기 위해 예멘 거쳐

매년 수만명의 동아프리카 이주자들이 좋은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가기 위해 예멘으로 떠난다.

이들은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산을 넘고 45도의 뜨거운 사막의 모래폭풍을 뚫고 몇조각의 빵과 오랜 우물의 짠 물을 마시며 예멘으로 향한다. 또 홍해와 아덴만의 좁은 해협을 건너기 위해 최장 6시간을 사람들로 가득 찬 인간밀수선 속에서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진 고난을 이겨내고 예멘의 라스 알-아라에 도착한 이주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밀장소에 감금되는 일이다. 이곳에서 이들은 몸수색을 통해 갖고 있던 돈을 빼앗기고 매일 구타와 성폭행, 고문에 시달려야 한다.

사실상 라스 알-아라의 모든 사람들이 이 같은 인간 밀무역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

20살의 에티오피아 여성 자흐라 역시 꿈을 찾아 예멘을 찾았다. 그녀 역시 이주자들이 인간밀매로 겪는 고통에 대해 들었다. 그러나 예멘에 도착해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남성들을 처음 접하자 이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트럭에 실려 이동한 뒤 한 오두막에 감금됐다. 무장한 남성들은 그녀에게 가족에게 2000달러를 송금하도록 전화하라고 강요했다. 돈을 보내줄 가족이 없다고 하자 성폭행이 시작됐다. 약 한 달 간 오두막에 감금돼 있는 동안 그녀는 약 20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자라는 그녀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 모두 성폭행을 당했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라스 알-아라는 조직적인 고문으로 ‘아프리카의 뿔’로부터 사우디로 이르는 약 1400㎞에 이르는 여정 가운데 가장 혹독한 지옥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가난한 이주자들이 사우디로 눈을 돌린 것은 유럽 국가들이 이주자들에 대한 문호를 닫고 다른 나라로 돌려보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만 15만명이 넘는 이주자들이 예멘에 도착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국제이주기구(IOM)은 말했다.

올해에도 9월 말까지 10만7000명 이상의 이주민들이 예멘에 도착했다. IOM은 그러나 수만명이 예멘으로 오는 도중에 생명을 잃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에티오피아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인간 밀수 조직을 소탕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인간 밀수 조직들이 사라지면서 이주자들은 그보다도 더 신뢰할 수 없는 새로운 밀수 조직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들 대부분이 라스 알-아라로 보내진다.

AP 통신은 24명이 넘는 에티오피아인들을 인터뷰했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다른 이주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인터뷰한 남성 1명은 AP와 인터뷰한 후 몇시간 실제로 숨졌다.

그러나 예멘 당국은 이주자들에 대한 이러한 불법 구금과 고문들을 못본 체 하고 있다. AP 통신은 이주자들을 태운 트럭이 군 검문소들을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무사 통과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검문소마다 인간 밀수업자들의 뇌물이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만 이드리스라는 27살의 여성은 밀수업자에게 700달러를 주고 사우디로 데려다줄 것을 부탁했지만 사우디로 가기튼 커녕 밀수업자에게 붙잡혀 구타와 성폭행을 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하산이라는 24살의 남성은 아버지가 돈을 빌려 밀수업자가 요구한 2600달러를 만들어 보낸 뒤에야 석방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산은 자신의 가족은 매우 가난한데 큰 빚까지 지게 됐다고 울먹였다.

라스 알-아라의 한 병원에서 만난 압두 야신이라는 23살의 남성은 피골이 상접해 말그대로 살아 있는 해골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600달러를 주고 밀수업자에게 사우디로 데려다줄 것을 의뢰했는데 라스 알-아라에 도착하자 그들은 1000달러를 더 내라며 감금했다고 말했다. 야신은 5달 동안 감금돼 있는 동안 거의 매일 구타당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구타보다도 기아가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라스 알-아라(예멘)=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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