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서 발 빼는 UAE… 5년 지속된 내전 전환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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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중동 언론 “UAE軍 철수 중”… 동맹군 잇단 오폭에 비난여론 부담
표면적으로 이란위협 대비 내세워… 사우디도 ‘출구전략’ 모색 가능성
5년간 전쟁 최대 10만여명 사망

예멘 내전에 참전 중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현지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가 4일 보도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15년 3월 주도한 수니파 아랍 동맹군의 핵심 참여국으로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왔다. UAE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MBZ)는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와 막역한 사이로 예멘 내전 참전을 비롯해 대이란 강경 외교와 카타르 단교 등 주요 외교안보 이슈에서 뜻을 같이해 왔다.

이에 따라 UAE군의 철수 움직임이 21세기 최악의 전쟁으로 꼽히는 예멘 내전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5년 3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10만여 명이 사망한 데다 최근엔 극심한 기근과 콜레라가 확산되고 있었다.

UAE의 예멘 철군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최근 고조되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UAE는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평소 이란을 ‘주적’으로 여겨 왔다. 지난달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이 이란 소행이라고 주장한 대형 유조선 공격 사건이 발생한 것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UAE에 위협으로 작용했다.

4년 넘게 전쟁이 지속되면서 예멘 내전에 대한 UAE의 근본적인 인식이 바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아랍 동맹군의 무분별한 폭격과 주요 항구 봉쇄로 민간인 피해가 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진 게 철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UAE는 중동의 허브국가, 소프트파워 강국을 지향해 왔다. 이 때문에 예멘 내전이 ‘국가 브랜드’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예멘 내전 참전에 부정적이었다. 특히 아부다비와 함께 UAE의 핵심 지위를 지니는 두바이의 불만이 컸다.

사우디군의 ‘역량 부족’도 철수에 영향을 미쳤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UAE는 ‘작은 스파르타’로 불릴 만큼 소수정예 군대를 보유했다. 이 때문에 UAE군은 사우디군보다 상대적으로 힘든 전투에 투입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공군 위주의 공격에 나선 사우디는 민간인 오폭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졸탄 바라니 텍사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우디 공군의 민간인 오폭은 예멘 민심이 후티 반군과 이들을 후원하는 이란 쪽으로 기울게 만든 핵심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UAE군의 예멘 철수가 본격화되면 사우디도 출구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확실한 동맹국이며 군사 역량도 출중한 UAE 없이는 사우디가 짊어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BBC 중동전문기자로 활동했던 빌 로는 MEE 기고에서 “MBZ의 철수 결정은 MBS에게도 출구(예멘 내전에서 발을 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uae군 철수#사우디아라비아#예멘 내전#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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