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규모 정전사태로 교통마비…시민 수천 명 걸어서 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8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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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전국 곳곳에서 이틀째 대규모 정전사태가 이어지자 8일(현지 시간) 정전 지역의 일부 직장과 학교는 출근 및 학교 수업을 중단했다.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베네수엘라에서는 전국 23개 주 가운데 15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번 정전은 대형 수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출퇴근 시간 교통이 마비되고 통신이 어려워지는 등 혼란을 겪었다. 카라카스 시내의 열차가 운행되지 않자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몇 시간씩 걸어서 귀가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루이스 모타 전력부장관은 “전력 시스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수력발전소가 공격을 당했다”며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두 대통령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이번 정전은 미국의 지시로 이뤄진 ‘전력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임시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마두로 대통령의 부패 혐의를 겨냥해 “베네수엘라를 향한 강탈이 끝날 때 베네수엘라에 빛이 돌아올 것”이라고 썼다.

해가 지자 베네수엘라 시내에는 까마득한 어둠이 뒤덮였다. 밤이 돼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자 전날 일부 주택가에서는 창문을 열고 주전자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2007년 전력망이 국유화 된 이후 베네수엘라에서는 정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6년에는 정부가 ‘60일 간의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하루에 최대 6시간 동안 전기를 차단할 정도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그러나 정전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쥐나 뱀 등 동물의 침입을 원인으로 내세웠다. 이번 정전 역시 외부의 공격이 아닌 불안정한 전력 시스템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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