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식감과 머스캣 향… 동남아 입맛 잡은 김천포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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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균일한 품질 위해 매뉴얼 만들어
씨 없는 청포도 ‘샤인머스캣’ 등 고부가 품종 주력 올 20억 수출 목표

경북 김천 포도 재배 농민들이 수출 전략 품종으로 재배하고 있는 ‘샤인머스캣’. 껍질째 먹는 씨 없는 청포도로 단맛과 향이 강하다. 새김천농협수출단지 제공
경북 김천 포도 재배 농민들이 수출 전략 품종으로 재배하고 있는 ‘샤인머스캣’. 껍질째 먹는 씨 없는 청포도로 단맛과 향이 강하다. 새김천농협수출단지 제공
“김천 포도 세계를 향하여.”

올해 7월 6일 경북 김천시 어모면 동좌1길 새김천농협산지유통센터. 김충섭 김천시장과 진기상 김천시의원, 김한주 NH농협 김천시지부장 등 20여 명이 모여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사는 싱가포르로 수출할 ‘거봉’ 포도(2kg짜리 3000상자) 선적을 기념하고 추가적인 수출 물량 확대를 기원하기 위해 열렸다. 국내 포도 주산지인 김천에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등 유관 기관장이 총출동할 정도로 포도 수출에 대한 관심이 크다.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수출은 수입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도농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효율적인 대안”이라며 “포도 수출 확대를 위해 김천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수출로 활로를 찾아

김천 포도의 수출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싱가포르와 홍콩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물량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대만 등 10여 개국에 250t(18억 원어치)가량을 수출했다. 올해는 300t(20억 원 어치) 수출이 목표다.

김천 지역 포도 재배 농민들이 수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값싼 수입 포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당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다 국내산 포도도 한꺼번에 출하되면 시장 가격이 급락해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한 요인이다.

농민들은 김천시, 농협의 도움을 받아 수출 경쟁력을 키웠다. 우선 생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스프링클러 시설과 집수정을 확충해 어떤 상황에서도 포도 과수원에 용수 공급이 가능하게 했다. 또 균일한 품질의 포도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수출할 수 있도록 표준 매뉴얼에 따른 품질관리 기법을 도입했다. 다양한 재배 방법을 도입해 1년 중 8개월(5∼12월)은 포도를 생산 및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출하 시기 조절에 따른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김천 포도는 해외 시장에서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 고부가가치 신품종으로 세계시장 공략

요즘 김천 포도 재배 농민들은 새로운 수출 전략 품종인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샤인머스캣은 껍질까지 한꺼번에 먹는 씨 없는 청포도다. 망고포도라 불릴 정도로 단맛과 향이 강하다. 과립이 크고 산도가 낮은 데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유럽계 포도 향기인 머스캣 향이 강해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난다.

농민들이 샤인머스캣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품종의 국제 시세가 2kg 상자 기준 1만2000원인 데 비해 샤인머스캣은 3만8000원에 이를 정도로 고부가가치 품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샤인머스캣은 묘목 식재 후 2년이면 수확이 가능해 품종 변경에 따른 공백기가 거의 없다. 새로 포도 과수원을 조성하는 데 따른 시간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용택 새김천농협수출단지 조합장은 “김천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캣은 고품질 유기질 비료와 생물활성수를 활용한 친환경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특히 품질 규정 이하 상품을 절대 수출하지 않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동남아 입맛#김천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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