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지독히 싫어했던 볼턴 경질…北美 대화 진전될까?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1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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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파’로 북한의 맹비난을 초래했던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을 북한은 ‘호재’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10일 볼턴 보좌관의 ‘경질’ 사실을 자신의 트위터로 공개했다.

그의 경질 배경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진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백악관 내에서 아프가니스탄 관련 문제로 당국자 간의 이견이 심해 갈등이 표면화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 취소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이 이 과정에서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개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사직서는 내가 제출한 것”이라며 자신의 사직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경질’이라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문제도 그의 사직 혹은 경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전형적인 대북 강경파(매파)로 비핵화 협상 초기에는 북한의 자발적 핵포기 가능성을 부인하기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 역할을 맡았다.

특히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주장하며 ‘단계적 동시행동’을 주장한 북한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영변+알파(α)’를 요구하는 ‘빅딜’을 주장하며 회담 결렬의 ‘주역’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당시 부상)은 회담 결렬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느낌을 받았으며 앞으로의 협상에 의욕을 잃으시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받았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후 북미 대화는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의 회동에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무협상은 개최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지 않다”라고 공개 반박한 것이다.

‘경질’의 결정적인 이유가 북한 문제가 아닌 다른 사안 때문이라 할지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의 시작에 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경질을 대북 대화에 활용하려 했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경질 발표는 북한이 최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9월 실무협상 개최’를 제의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북한은 지난 4월 역시 최 제1부상의 입을 통해 볼턴 보좌관을 맹비난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신호(real indication)를 받기를 원한다”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빅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는데, 북한은 이를 겨냥해 볼턴 보좌관을 비난했다.

최 제1부상은 당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금 볼턴의 이 발언은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한 조미(북미) 수뇌분들의 의사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제 딴에 유머적인 감각을 살려서 말을 하느라 하다가 빗나갔는지 어쨌든 나에게는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라며 “미국 사람들의 발언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미국식 재치성도 논리성도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공격했다. 외교관으로서 볼턴 보좌관의 능력을 깔아뭉개는 발언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은 일단 볼턴 보좌관의 경질을 대화 재개를 위한 ‘좋은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새 계산법’을 요구하고 이를 기대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태도 변화’의 조짐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 볼턴 보좌관의 경질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앞으로 진행될 북미 간 물밑 접촉이나 실무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에서 이번 사안을 대하는 ‘뉘앙스’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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