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본점 차원 조직적 과실”… DLF 배상비율 70% 넘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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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기록 조작-원금손실 0% 강조… 영업점 불완전판매 수준 넘어서”
금감원장 “소송 비용 부분도 참작”… 역대 최고 수준 배상 권고 전망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금융회사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피해액의 70% 이상을 배상하라고 권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유명무실해지는 등 은행 차원의 과실이 다수 드러났기 때문에 금융사의 배상비율이 대폭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 금융사 배상비율의 ‘마지노선’은 70%로 여겨져 왔다. 이 정도 배상비율도 이론적인 수준일 뿐 실제 배상비율이 70%에 이르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투자 결정을 내린 투자자 개인에게도 보통 30% 이상 책임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2014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회사채 사태 당시에도 평균 배상비율은 20%대 초반, 불완전판매가 심했던 사례에 한해 배상비율이 50%로 결정됐다.

하지만 DLF 분쟁조정을 통해 역대 최고 수준의 배상비율이 결정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금감원이 이번 DLF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사 결과 상품 심의 기록까지 조작한 내부통제의 문제, 판매 목표를 제시하고 하루 단위로 영업본부에 실적 달성을 독려한 판매정책의 문제, ‘원금손실 확률 0%’만을 강조한 마케팅의 문제 등을 발견한 금감원에서는 금융회사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대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점 차원의 단순 불완전판매 수준을 넘어서 은행 본점 차원의 조직적 과실이 드러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최근 발언을 근거로 배상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국정감사 당시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투자자들이 사기 혐의 소송에서 이기면 100%를 돌려받을 수는 있겠지만 변호사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소송으로 가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며 분쟁조정에서 배상비율로 70% 이상은 설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원장은 “70%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부분(소송의 어려움)까지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판매 은행들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통상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사는 배상비율을 낮추고자 노력하지만 은행들이 분쟁조정 권고안이 나오기도 전에 수용 의사를 확정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DLF 분쟁조정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한편 분쟁조정과는 별개로 은행 관계자에 대한 징계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가 끝난 뒤에도 제재심을 거쳐 징계 수위가 결정되기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독당국이 금융사에 내리는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이 있다. 하나은행 전·현직 행장 등 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금감원 검사 직전 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dlf 분쟁조정#배상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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