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금융권 영향 “예상보단 낫지만…”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23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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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홍콩 센트럴 IFC몰에서 열린 함께 점심 먹기 운동에 참석한 직장인들이 경찰 해산, 시위 참여 학생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21일 오전 홍콩 센트럴 IFC몰에서 열린 함께 점심 먹기 운동에 참석한 직장인들이 경찰 해산, 시위 참여 학생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찬 홍콩 금융의 중심 센트럴. 25주 연속 열린 시위에 보행자 도로 위 벽돌이 전부 부서졌지만 카우룽반도(九龍半島)는 평온하다.

센트럴에서도 지난 11일 폭동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한 후 매일 점심 집회가 열리곤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구호를 외치고 들어가는 정도라, 화염병을 던지고 벽돌을 깨는 카우룽반도 시위에 비하면 평화로운 분위기다.

금융 시장에 시위가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는 적었다. 지난 6월9일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홍콩 항셍지수는 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홍콩 경제는 지난 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경기침체(recession)에 진입했다.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곡소리를 한다.

금융권 영향이 미미한 이유는 뭘까. 금융권의 경우 당장 매출을 올리고 그것이 실적에 반영되는 소매업과 달리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영향을 받기까지 통상 6개월가량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는 자영업 매출이 급감해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야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홍콩에 지사를 둔 한국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홍콩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전체의 1~2% 정도고 나머진 텐센트 등 중국 우수 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그래서 아직까진 홍콩 시위에 따른 영향이 많진 않다. 오히려 미중 무역전쟁이 더 큰 이슈”라고 했다. 다만 그는 “HSBC 같이 홍콩 기업 대상으로 영업하는 은행은 타격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8일 시위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을 계기로 시위가 격화되자 민심은 반정부와 친정부로 양분됐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에겐 시위나 홍콩 및 중국 정부에 대한 입장과는 별개로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에 아직까지 자신감을 갖고 있다.

현지에서 뉴스1 취재팀과 만난 홍콩 시민들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투입돼 홍콩을 붕괴시키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 섞인 질문에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콩이 중국에게 주는 경제적 이점이 워낙 크기에 중국 정부가 홍콩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한 홍콩 시민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워낙 뒷거래가 많아 중국 시장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홍콩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중국 최대 소매기업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 상장한 것만 보더라도 홍콩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홍콩 경제가 ‘아직까진 문제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레드 캐피탈리즘’의 저자이자 중국 금융 전문가 프레이저 J.T. 하위는 최근 “중국은 여전히 자본의 관문으로서의 홍콩을 필요로 한다”며 “홍콩에서는 여전히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강력한 상업적 법적 근거가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 역시 “홍콩이 우수한 재정 상태를 잃을 것이란 증거는 없다”며 “홍콩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금융 중심지로서 항상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어 왔다. 중국과 다른 국가들도 그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홍콩 경제가 크게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당장의 혼란보다 시위가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홍콩주재 한국 금융사 관계자도 “홍콩 시위가 당장 홍콩 경제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홍콩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홍콩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연간 5000만명이다. 홍콩 경제는 이처럼 중국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기회에 홍콩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시위에 따른 후폭풍이 최소 5년은 가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전했다.

(홍콩=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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