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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블랙스완 잡는 법 들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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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블랙스완 잡는 법 들고 돌아왔다”

동아일보입력 2013-10-05 03:00수정 2013-10-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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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안세민 옮김/756쪽·2만8000원/와이즈베리
유연성 -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안티프래질…
나심 탈레브, 위기극복 해법으로 제시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53)는 레바논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 제9대학에서 금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월가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던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미리 예측한 ‘블랙 스완’을 출간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안티프래질은 블랙 스완 시대의 해법편 격으로, 지난해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2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와이즈베리 제공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기억하는가. 서유기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공상과학(SF) 무협지쯤 되는 이 만화에서 손오공은 사이어라는 외계 행성 출신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손오공을 비롯한 이 별 사람들은 독특한 공통점을 지녔다. 싸움에서 거의 사망 직전에 이르렀다가 회복되면 전보다 훨씬 급상승한 전투력을 얻는다. 나심 탈레브가 말하는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 딱 사이어인이다. 오케이!

이게 끝이냐고? 솔직히 그렇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다. 안티프래질이 무슨 소리인지 알고 싶다면 이 정도면 된다. 하지만 2007년 화제작 ‘블랙 스완’ 이후 “미국 월스트리트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저자는 이 간단한 얘기를 왜 이리도 두꺼운 책에 길게 설명해 놓았을까.

위에서 설명했지만 안티프래질은 ‘연약한, 부서지기 쉬운’을 뜻하는 영어 단어 프래질(fragile)의 반대 선상에서 설정한 개념이다. 단순히 단단하거나 강인하다는 뜻이 아니다.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회복하면서 더욱 강력하게 성장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저자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 히드라가 이 개념에 가장 적합하다고 얘기한다.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이 뱀은 머리 하나를 자르면 2개의 머리가 솟아난다. 위기가 기회를 넘어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바람은 촛불 하나를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무작위성 불확실성 카오스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이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활용하기를 원한다. 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하라. … 우리는 불확실성을 다루면서 겨우 살아남기만을 원하지는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불투명하고 설명할 수 없는 대상을 길들이고, 심지어 지배하고 정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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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에서 저자는 용어의 정의보다 굳이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를 왜 만들어 냈는지, 그 의도에 초점을 맞춘다. 얼핏 말장난 혹은 뻔한 소리처럼 들리는 안티프래질을 통해 시대의 난국을 극복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극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재의 경기침체 역시 헤쳐 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저자가 볼 때, 안티프래질은 이미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고 능력을 검증받았다. 바로 정·재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권력자’들이다. 안티프래질의 또 다른 특징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안티프래질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연약함이 모여 깨지고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이득을 얻는 이들은 따로 있다. 경제가 불황에 빠졌을 때 오락가락 숨통이 트였다 조였다하는 것은 대부분의 ‘연약한’ 사회 구성원들이다. 진짜배기들은 ‘위협’과 ‘우려’로 긴장의 끈을 조일 뿐, 지나고 보면 그들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져 있다.

“시스템 내부의 일부 구성 요소는 시스템 전체를 안티프래질하게 만들기 위해 프래질해야 한다. … 슬프지만 실패로부터 나오는 혜택은 다른 사람과 집단에 넘어간다. 마치 개인은 자신이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위해 실패하기로 미리 정해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런 계층화와 프래질의 이전을 고려하지 않고 실패를 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블랙 스완’과 닮은 점이 많다. 똑같진 않아도 이란성 쌍둥이라고나 할까. 과거의 경험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검은 백조와 같은 사건이나 존재가 세상을 뒤바꾼다는 인식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안티프래질은 바로 이런 면을 예측할 수 있기에 존재적 가치가 커진다. ‘블랙 스완’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에서 말하려는 바가 꽤 혼란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블랙 스완’에서 보여 준 예측력이 너무 잘 맞아떨어졌던 탓일까. 이 책은 자신감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부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해리 마코위츠와 조지프 스티글리츠까지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한다. 심지어 장 폴 사르트르마저 “비겁한 겁쟁이”로 부르는 대목은 옳고 그름을 떠나 상당히 거슬린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매력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단 주장도 문장도 시원시원하다. 동의하건 안 하건 색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심신이 허약해서 그런가. 깨어짐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쩝, 안티프래질 되기는 영 글렀나 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안티프래질#블랙 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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