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직립보행-언어-관습… 인류의 시작을 찾아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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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의 역사/위르겐 카우베 지음·안인희 옮김/456쪽·2만1800원·김영사

인간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을까. 고대 신화와 종교는 이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은유와 신앙으로 제시해왔다. 올림포스 신이 필요에 의해 인간을 만들었다거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베어 물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과학의 발달과 고대 문명의 발굴로 오래된 믿음엔 금이 간 지 오래다. 수천 년간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철학가가 ‘신은 죽었다’고 외친 20세기는 그야말로 격동기였다. 저자는 역사학, 생물학 등 여러 학문의 발전을 토대로 모든 것의 시작을 탐구한다. 직립보행, 언어, 일부일처제 등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의 출발을 추적해 나간다.

교양서의 눈높이에 맞춰 여러 학문적 성과를 검토하며 저자는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깨닫는 건, 여전히 인간은 그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해 어떤 해답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시작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사라지지도 않고, 시작의 시대가 멀리 있어서 생긴 온갖 구멍이 메워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 출발을 탐구하는 끝에 도달하는 건,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줄 알았던 역사가 사실은 서로 연관성 없는 사건들이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결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은 창조의 최고봉이 아니라, 조금 주목할 만한 존재’라는 저자의 표현이 오히려 요즘에 걸맞은 격언으로 느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모든 시작의 역사#위르겐 카우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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