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임우선]SNS 대박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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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산업부 기자
임우선 산업부 기자
지난 설 연휴에 친한 후배의 집에 경사가 났다.

후배의 남동생(김 군이라 부르겠다)이 글로벌 유명 A기업 본사로부터 디자이너로 채용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압도적인 디자인 경쟁력으로 이름난 A사는 세계 디자인 학도들 사이에서 ‘성지’ 혹은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기업이다. 그곳에 김 군은 한국인 최초로 입성하게 됐다.

김 군의 A사 입사기는 한 편의 영화 같다. 김 군은 한국에서 미대를 졸업한 뒤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인턴 디자이너로 일했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어낸 인턴 자리였기에 내심 공채에도 합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웬걸. 인턴을 마친 뒤 응시한 삼성 공채 결과는 ‘탈락’이었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온 집안이 초상집 분위기라며 후배가 울적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게 석 달 전쯤의 일이다.

하지만 김 군은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그간 디자인해 온 작품들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국내외 디자인 업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고 한다.

여기서 ‘대박’이 터졌다. 디자인 업계 거장으로 이름 난 미국의 한 교수가 이를 본 것이다. 이 교수는 ‘작품이 정말 괜찮다’는 평과 함께 김 군의 작품을 지인들과 ‘공유’했고, 자연스레 글로벌 디자인 업계의 난다 긴다 하는 이들이 김 군의 작품을 보게 됐다. 김 군의 메시지함에 해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달음은 물론이다.

A사도 그중 한 곳이었다. A사의 채용 담당자는 김 군에게 “비행기 티켓을 보낼 테니 와서 우리와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행히 김 군은 어린 시절 해외 주재원이었던 아버지 덕에 영어가 좀 됐다. 면접을 마치고 돌아온 일주일 뒤, 김 군은 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 군의 스토리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오늘날 많은 한국 젊은이의 입사 로망은 삼성이다. 지원하는 사람만큼 탈락자 수도 많다. ‘나만 떨어지는 게 아닌’ 객관적 정황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나만 거절당한 듯한’ 느낌에 한동안 괴로워한다.

이런 식의 채용 탈락이 수십 번 반복되다 보면 마치 나란 존재, 나의 인생 자체를 부정당한 듯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매일 매일이 찬란하게 빛나도 모자랄 젊은 날들이 불안과 절망 속에 흘러간다. 이것이 고되디 고된 한국 청년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도 나타났듯 삼성이 거절했다고 해서 그 인재가 부족하거나 쓸모없는 인재인 것은 전혀 아니다. 삼성은 절대신이 아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저 우리 사회의 수요와 공급이 너무 맞지 않는 게 문제일 뿐인 것이다.

이런 때 한국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해외 취업시장에 눈을 돌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는 시공을 초월해 세계가 연결되는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해외에는 취업 연결을 위해 만들어진 SNS도 여럿이다. 이런 SNS는 지금, 당신의 안방에서도 접속할 수 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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