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통합 물관리[기고/박재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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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올해 세계 물의 날(3월 22일) 주제는 바로 ‘물과 기후변화’다. 우리 정부도 ‘국가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의 하나로 물관리를 선정해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우리의 물 관련 정책은 인프라 개발과 재해복구 중심이었다. 분절되고 단편적이었다. 수량과 환경, 생태 분야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금 필요한 건 지천에서 하구까지 유기적 선순환이 가능한 통합적 물관리다. 수질과 수량, 수생태, 재해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다뤄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후변화의 폭을 완화할 수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안전한 수자원 확보 방안을 만들고 정책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 자료와 물정보를 연계한 지능형 홍수·가뭄 통합예측시스템 구축, 환경용수의 지속적 확보 및 활용, 다목적댐-저수지-수력발전댐 연계 등이 대표적이다. 해수 담수화, 하수 재이용, 지하수 저류지 등 대체 수자원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다.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에 실효성 있는 수자원 확보 방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또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려면 물과 에너지 그리고 도시 기능을 혁신해야 한다. 기존 인프라를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정립해 확산해야 한다.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물관리가 좋은 예다. 누수 문제나 에너지 저감 등에 기여할 수 있다. 수도관과 하천을 흐르는 물의 온도 차를 냉난방에 활용하는 수열 에너지, 호수나 댐 저수지 수면을 이용한 수상 태양광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좋은 수단이다.

이런 기능을 융합한 ‘스마트시티’가 이미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세대(5G)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해 조성하고 있는 부산의 에코델타시티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고, 친환경에너지 생산 및 순환이 가능한 곳이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표준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물환경 회복에 최적화한 물관리 기술의 공유도 중요하다. 민관학(民官學)이 핵심기술을 함께 개발해 물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중소기업의 창업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물환경 회복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신(新)데이터 경제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의 물관리 여건은 만만치 않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가장 기본적인 물 인권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 안전하고 풍족하게 물을 이용하려면 통합 물관리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적 참여를 바탕으로 선순환 통합 물관리 체계가 정착되고 물환경 회복 시기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기후변화#물관리#스마트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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