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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용품 빌려쓰고 신발도 중고로… 전세계가 ‘짠물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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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용품 빌려쓰고 신발도 중고로… 전세계가 ‘짠물소비’

특별취재팀입력 2019-11-15 03:00수정 2019-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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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이코노미 시대 변해야 살아남는다]<4>불황이 바꿔놓은 소비 패턴
지난달 29일 오후 도쿄 신주쿠역 인근 금권(金券)숍이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백화점 할인쿠폰에서부터 햄버거 세트권까지 각종 티켓을 거래하는 일본의 금권숍들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일본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도쿄=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맥도널드 사이드 메뉴권 170엔(약 1820원), 오다이큐 백화점 10% 할인쿠폰 200엔(약 2150원).’

지난달 29일 오후 7시경 일본 도쿄 신주쿠역 인근 금권(金券)숍. 벽면을 따라 할인쿠폰 광고가 빈틈없이 붙어 있었다. 환한 조명이 켜진 가게 안은 쿠폰을 찾는 인파로 북적였다. ‘티켓숍’으로도 불리는 ‘금권숍’은 돈 되는 모든 티켓을 거래하는 곳이다. 디즈니랜드 입장권부터 콘서트 할인티켓, 신칸센 철도티켓, 국내선 항공권을 할인해주는 JAL 주주(株主)우대권 등 온갖 티켓이 팔린다.

금권숍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일본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소액이라도 돈이 될 만한 할인쿠폰은 시장에 내다팔고, 뭔가 구매하기 전에 금권숍에서 할인쿠폰을 찾아보는 ‘짠물 소비’가 일반화된 것이다. 일본에선 최근 ‘100엔 숍’의 진화된 형태인 ‘300엔 숍’이 생겨나기도 했다. 100엔 숍보다는 조금 더 비싸지만 품질 좋은 물품을 저렴하게 사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의 소비자들은 저성장, 저금리의 ‘제로 이코노미 시대’를 맞아 소비 패턴을 크게 바꾸고 있다. ‘절약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런 현상에는 경기 둔화로 소득을 늘리기가 어렵고 금리가 워낙 낮아 자산을 굴리기도 힘든 상황이 반영돼 있다.

○ 포크, 스푼까지 중고품으로 사는 북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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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덴마크 코펜하겐의 공유소비공동체 '싱크디케이' 건물에서 마르틴 케스텔 닐센 대표가 톱과 실리콘 건을 들고 대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한 달에 약 1만7200원만 내면 이곳의 각종 장비와 회의실 등의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코펜하겐=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저금리 저성장이 지속된 북유럽에서는 자동차, 자전거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용품까지 공유하는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외스테르브로 지역의 회원제 공유소비 공동체 ‘싱크디케이(Think DK)’는 도구 전시장과 공연 공간, 조리실 등을 갖추고 있다. 한 달에 100크로네(약 1만7200원)를 내면 톱이나 전동드릴, 실리콘 건 등의 장비와 공연 공간을 빌릴 수 있다. 2일 이곳에서 만난 공동 설립자 마르틴 케스텔 닐센 씨는 “살면서 전동드릴이 한 번쯤 필요하겠지만 각자 사기엔 비싸다”며 공유소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아용품 렌털도 인기를 끌고 있다. 2개월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한 코펜하겐의 로사 씨(33)는 ‘코오그코(Ko og Ko)’라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일주일에 175크로네(약 3만 원)를 내고 ‘신생아 키트’를 정기적으로 배송받는다. 30여 개의 천기저귀와 커버, 각종 유아 편의용품 등이 4∼8주마다 집으로 배달되며 사용 후에는 반납해야 한다.

렌털 비즈니스는 불황기에 떠오르는 산업으로 각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기관 테크내비오에 따르면 세계 온라인 의류 렌털 시장의 경우 2023년까지 연평균 1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품 쇼핑도 일상이 돼 가고 있다. 코펜하겐의 중고품 위탁판매업체 ‘레드크로스 메가스토어’에는 포크, 접시 등 식기류부터 소파 같은 대형 가구류, 아동용 장난감 등이 전시돼 있다. 중고 신발 한 켤레에 100크로네(약 1만7200원), 소파나 책장 등도 시가의 절반가량의 가격에 팔린다. 대학생 엘리스 씨(21)는 “친구들과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이곳에 와서 생활용품을 사간다”며 “절약이 곧 저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서부 에스킬스투나에 2015년 문을 연 ‘리투나’ 몰은 중고용품 전문 매장이지만 일반 쇼핑몰처럼 ‘스키용품점’ ‘장난감점’ ‘책방’ 등 전문 점포가 14곳이나 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한국에서도 ‘B급 상품’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매장 전시상품이나 반품상품 등을 정가의 40∼60% 수준 가격으로 판매하는 ‘리퍼브(refurbished·재공급품)’ 시장은 전문매장들이 생겨나며 인기를 끌고 있다.

○ 밀레니얼 세대 ‘소비 안 하기’ 이벤트 열어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밀레니얼 세대’(23∼38세)를 중심으로 ‘소비 안 하기 챌린지(No Spend Challenge)’가 벌어지고 있다. 이 이벤트는 정해진 기간에 임차료, 공과금, 생필품을 제외한 모든 소비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이들은 커피숍에 가는 대신에 사무실의 무료 커피를 마시고, 도시락을 싸서 식사비를 아끼고,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며 비용을 절약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 속에서 성장한 까닭에 보수적인 소비 패턴이 몸에 배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에서는 대출 부담이 크지 않아 젊은층이 선호하는 소형 주택(약 37m² 이하)이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작은 사치’에 관심을 기울인다. 평소에 큰 소비를 못 하니 소소한 사치로 만족감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국의 ‘스몰 럭셔리’, 일본의 ‘일점호화(一點豪華) 소비(한 부분만이라도 호화로움을 추구)’ 풍조가 대표적이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은 “불황기 소비자들은 얇은 지갑으로 소비 행복감을 최대화해야 하는 처지”라며 “그러기 위해선 소비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中 내년 경제성장률 6% 밑으로 떨어질것” ▼

관변 싱크탱크 첫 공식화… “경기둔화, 재정만으론 못막아”


중국 관변 싱크탱크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를 밑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중국 정부 연구기관들이 내부적으로 내년 성장률이 5%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1%로 추정했고 내년 성장률은 5.8%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3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0∼6.5%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의 올해 3분기(7∼9월) 성장률이 분기별 성장률 발표를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6.0%를 기록했고 4분기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리양(李揚) NIFD 이사장은 “경기 둔화는 이미 추세가 됐다”며 “추세를 바꾸거나 경기 둔화 속도를 늦추려면 금융 및 재정 부양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지방정부의 고질적 채무 위기에 대해 “앞으로 재정적자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NIFD는 “글로벌 경기 둔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이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민간투자가 약화될 것”이라며 “미중 관세전쟁은 내년에 끝나겠지만 양국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밝힌 산업생산 증가율은 4.7%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인 5.4%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6% 이하 성장률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변 싱크탱크가 먼저 밝힌 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5%대 성장률 목표치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경제부 조은아, 도쿄·사이타마=장윤정 기자, 런던·리버풀=김형민, 프랑크푸르트=남건우, 코펜하겐·스톡홀름=김자현
▽특파원 뉴욕=박용, 파리=김윤종, 베이징=윤완준
#제로 이코노미#금권숍#짠물소비#저금리 저성장#밀레니얼 세대#중국 관변 싱크탱크#경기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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