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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지 못한 ‘버르장머리’[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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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지 못한 ‘버르장머리’[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하태원 기자 입력 2019-07-13 14:00수정 2019-07-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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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역사가 되풀이 되는 사례에 대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일본에 대한 인식에 관한 것입니다.

1994년 7월 23일 청와대를 찾은 무라야마 도이치 당시 일본 총리와 김영삼 대통령. 동아일보DB

일본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판을 했던 우리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인 것 같습니다. 1995년 11월 중국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당시 열렸던 기자회견 때 나왔던 발언입니다.

일본의 역사망언에 대해 한국은 물론 중국도 화가 많이 나있던 상황에서 거의 우발적으로 나온 거친 발언이었다는 것이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당시 동아일보 1면 기사를 보면 ‘양국 정상은 일본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침략행위 등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만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가와 미래를 향한 선린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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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14일 열린 한중정상회담 관련 기사를 다룬 15일자 동아일보 1면.

문제의 발언은 그 뒤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나옵니다.

“이번을 포함해 건국 후 (일본 총리의 방문은) 30번이 넘을 것이다. 이번에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치겠다. 그래서 (외무장관이) 해임되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안 갖고 외무장관회담도 갖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그 뒤로도 한국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로 집권한 노무현 정부 역시 일본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YS처럼 대놓고 ‘버르장머리’ 식의 비 외교적 언사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당시 활약했던 외교안보라인을 통해 우리 정부의 반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의 불만은 일본정부가 가진 역사인식의 부재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사실 더 큰 불만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훼방하는 듯한 태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납북일본인 문제 해결을 6자 회담의 주요의제에 넣으려고 애썼고 우리 정부는 일본의 태도가 북핵 회담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30개 주요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에 대해 “막다른 길로 가지말라”고 경고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 등을 두루 역임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강경했던 대일관(對日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과 적당히 타협하거나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슬슬 넘어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졌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독도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무력충돌 시나리오가 종종 회자됐던 일이 생각납니다. 사실상 한일이 무역전쟁에 돌입한 현 상황에 무력충돌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10년 전의 상황에 견줘 현재의 상황은 더 엄중해 보입니다.

두 번째 권력을 잡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07년 당시 실각했을 때 보다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한국과의 ‘전쟁’을 준비해 온 것처럼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일본과의 분쟁은 이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부(부장급·정치학 박사수료)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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