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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 르네상스가 올 수 있을까[오늘과 내일/고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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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 르네상스가 올 수 있을까[오늘과 내일/고기정]

고기정 경제부장 입력 2019-06-24 03:00수정 2019-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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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부처 반년간 매달린 보고서 낙제점
靑인식 그대로면 관료는 면피성 대응
고기정 경제부장
지난주 정부가 내놓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 보고서는 대통령 지시로 9개 부처가 6개월간 매달려 만든 자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 12월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전략’을 보고했다가 중장기 방향성이 없다는 지적에 다시 만들었다. 2030년까지의 제조업 마스터플랜이다. 이미 일본은 소사이어티5.0, 중국은 중국제조 2025, 독일은 인더스트리4.0이라는 제조업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정부가 늦게나마 ‘제조업 르네상스’를 기치로 걸고 나왔는데, 16쪽짜리 자료를 보면 ‘대(大)개조’ ‘인공지능’ ‘융복합화’ ‘글로벌 가치사슬’처럼 그럴듯한 단어는 잔뜩 집어넣어 놨지만 손에 잡히는 내용은 별로 없다.

예를 들면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팩토리 2000개를 구축한다고 하는데 2000개가 어떻게 나온 숫자인지,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 스마트 조선소, 스마트 가전, 스마트 의류…, 온갖 산업에 ‘스마트’를 붙여놨지만 이를 위해 노사관계와 고용구조를 어떻게 개편할지 등 정작 중요한 사안은 비켜 갔다. ‘세계 일류 기업의 성공 DNA를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해 매년 50개 이상 세계 일류 기업을 배출한다’는 수출 전략은 허탈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중기계획이라지만 몇십 년 걸려도 만들기 힘든 글로벌 선두 기업을 어떻게 한 해 50개씩 쏟아낸단 말인가.

공무원들은 그냥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심정인 듯하다.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경제 문제로 초조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런 면에서 정권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은 이번 제조업 보고서가 나온 날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김 위원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경쟁도 벅찬데 기업에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는 것 같다”고 토로한 지 하루 만에 “포용사회를 형성하는 데 함께해 달라”고 응수했다. 기업 좀 할 수 있게 제발 좀 놔달라고 하자 사회적 책임부터 다하라고 훈시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이틀 뒤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옮겨 갔으니 공무원들로서는 이해진 GIO의 말보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뇌리에 더 남을 것 같다.

경제부처에선 올 초만 해도 ‘약간의 버블’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 신산업 벤처 등에 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까지 자원을 몰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 체력을 고려하면 그 정도는 해야 ‘버블’까진 아니더라도 ‘붐’ 정도는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여기서 말하는 자원에는 금융, 세제 지원은 물론 규제 완화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경제부처가 뭘 하려 해도 여당 의원들이 원격의료나 데이터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다 보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지금 여당은 야당으로 있을 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만들어 놓은 정보기술(IT)산업 경쟁력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망쳐 놨다”고 주장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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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출신인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은 취임 첫날인 21일 정부가 정책기조의 방향성에 확신을 갖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경제주체에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정책의 유연성도 언급했지만 내용을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공정경제라는 칼을 쥐고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말로 들린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주투야압’(낮에는 투자 요구, 밤에는 압수수색)이라고 한다. 제조업 국가인 한국이 성장을 하려면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답이다. 전 세계가 제조업에 다시 집중하는 추세다. 제조업은 기업이 끌고 가는데, 우리는 기업 안 해본 사람들이 너무 쉽게 기업을 생각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고기정 경제부장 koh@donga.com
#제조업 르네상스#일자리 감소#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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