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진로교육으로 미래를 연다[기고/오정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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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가 행복이라는 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사람마다 행복의 내용과 도달하는 방법이 다를 순 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장 ‘잘하는 일’로 만든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자기관리역량, 정보기술처리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역량 등이 요구된다고 한다. 단지 ‘알고 있는 능력’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진로교육이란 ‘자신의 진로를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개념 정의에 대입해보면 체육진로교육은 ‘체육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체육을 통한 행복 찾기 교육’인 것이다.

그렇지만 진로를 상급학교 진학과 동일시하고 진로교육을 대학 입시지도로 이해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 수준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체육을 통한 진로교육’이라는 표현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체육 및 스포츠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더구나 체육을 통해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스포츠가 경쟁을 통해 국위선양이나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수단적 가치만이 크게 부각되어 본질적 가치가 폄하되거나 간과되어 왔기 때문이다.

체육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 차원을 넘어 몸과 신체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학습활동으로서 ‘체험적 지혜’를 얻게 되는 매우 효과적이고 유용한 학습 내용이자 교육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축구 수업 시간에 공을 드리블하며 운동 기능의 역학적 원리를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하게 된다. 수없이 다양한 경기상황에서 내가 슛을 할 것인지 아니면 동료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동료 선수를 비롯해 상대 선수와 몸으로 부대끼면서 의사결정능력과 의사소통방법을 배우게 된다.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친구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또 공정한 판정, 승자의 배려, 패자의 승복, 관중의 환호가 왜 필요한지, 승리보다 더 값진 아름다운 패배의 가치를 가슴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는 많은 스토리를 품고 있고 새로운 스토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러한 스토리가 훌륭한 학습내용이 되고 미래 핵심역량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체육진로교육을 ‘체육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정의한 이유다. 체육진로교육의 대상이 학생선수나 체육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학생들까지 포함하는 ‘체육을 통한 진로교육’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체육진로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상급학교 진학중심에서 직업중심의 진로교육 강화, 경제적 부가가치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스포츠창직교육 실시, 학생의 성장과 발달 단계를 반영한 생애주기별 체육진로교육 로드맵 마련, 체육진로교육 콘텐츠 개발 및 전문가 양성 등을 위해 정부와 교육당국의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체육 활동을 통한 진로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number one’이 아닌 ‘only one’으로 만드는, 즉 ‘모두가 인재’가 되는 행복교육의 구현에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정훈 이수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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