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둘이 하나되니, 더 빛나는 샛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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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악동뮤지션 이찬혁-수현 남매
서로가 바라본 모습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된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군(왼쪽) 이수현 양. 이 오누이는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작곡가와 가수이기도 하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된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군(왼쪽) 이수현 양. 이 오누이는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작곡가와 가수이기도 하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말이야 널 좋아하는데 빨갛게 익은 내 얼굴이 그걸 증명해.’(악동뮤지션 1집 ‘200%’)

지난해 SBS TV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우승하며 가요계에 샛별처럼 등장한 ‘악동뮤지션’. 이수현 양(15)과 이찬혁 군(18) 남매는 최근 내놓은 1집 앨범으로 주요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10대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신선한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는 이들이 왜 천재로 불리는지를 말해 준다.

무대 위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항상 함께하는 오누이 뮤지션에게 작곡가와 가수로서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오빠와 동생은 한편으론 쑥스러워하면서도 ‘직업인’으로서의 서로에 대해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 오빠 찬혁이 본 여동생 수현

무대에서 내려오기만 하면 수현이는 영락없는 여중생이다. 멋진 드라마 주인공을 보면 “꺅꺅” 소리를 지른다. 그럴 때는 이제 자신도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하다. 우리 남매 역시 집에서는 다른 오누이들과 다를 바 없다. 매일 투닥거리고 심부름을 서로에게 미루기 바쁘다.

그러나 음악으로 뭉치는 순간, 우리는 둘도 없이 잘 통하는 ‘동지’가 된다. 우리 남매는 지금까지 서로를 위해 노래를 짓고 불러왔다. 수현이의 보컬과 나의 자작곡은 떨어질 수 없는 조합이다. 수현이는 내 노래의 힘을 두 배로 증폭하는 목소리를 가졌다. 정말 가수 수현이가 없는 작곡가 찬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우리는 2008년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몽골로 갔다. 만리타국인 그곳에서 수현이와 나는 같이 놀다가 노래를 부르고, 다시 놀다가 노래 부르는 생활을 했다. 우리는 음악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학원을 잠깐 다닌 게 전부다. 나는 처음엔 악보도 못 그리고 기타 코드도 어려운 것은 치지 못했다. 수현이는 내가 불러주는 멜로디를 외워서 노래를 불렀다.

그렇지만 우리 곁엔 항상 가족이 있었다. 내가 기타 칠 때 수현이가 화음을 넣으면 작은 콘서트가 됐다. 박수를 쳐 주는 청중은 부모님이었다. 이렇게 즐길 때 가장 좋은 노래가 나오는 것 같다.

수현이에게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꿈도 있다. 무대에 서기 전까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라고 계속 중얼거리며 긴장하지만 막상 무대에 서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런 걸 보면 오빠가 보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동생 수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응원해야겠다.

○ 여동생 수현이 본 오빠 찬혁

우리가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이라니…. 정말 좋았다. 나는 10년 후에도 변함없이 오빠와 함께 음악을 하고 있을 테고, 다른 가수에게 노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지금보다 넓고 깊은 음악 세계를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빠의 평소 모습에서 ‘천재’ 이미지를 떠올리긴 어렵다. 전혀어어∼ 아니다. 집에 있을 때는 머리도 안 감고, 민소매 티셔츠에 ‘추리닝’ 바지만 입고서 퉁퉁 부은 눈으로 터덜터덜 돌아다닌다. 여름에는 속옷만 입고 산다. 이런 오빠를 사람들이 천재라고 부르니 동생으로서는 선뜻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작곡가로서의 오빠는 다르다. 음악 얘기가 나오거나 연습할 때만큼은 사람이 달라진다. 1집 앨범 작업을 하다보니 오빠가 자기 노래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빠는 내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노래를 만드는데, 실제 노래할 때 오빠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면 좀 피곤해진다. 다시, 또다시 불러야 한다.

K팝스타를 통해 데뷔하지 않았더라도 오빠는 평범한 학생으로 살지 않았을 것 같다. 오빠는 평소에는 나보다 조용하고 수줍은 편인데 음악과 관련된 일에서는 무척 과감해진다. 한집에 사는 우리 오빠가 맞나 싶을 정도다.

1집에 실린 ‘200%’의 안무를 배울 때도 그랬다. 나는 안무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기만 했는데 오빠는 코믹한 제스처도 보여주고, 과감한 동작도 서슴지 않았다. 오빠의 튀는 행동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안무에 곧잘 반영이 됐다.

오빠가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강조하는 ‘작곡가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이 정도만 하겠다. 물론 오빠는 나의 숨은 재능을 발견해 준 최고의 작곡가다.

여러분, 저희 남매 많이 사랑해 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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