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들여다보기’ 20선]<20>아프리카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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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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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파워/비제이 마하잔 지음·에이지21

샴푸보다 인기 높은 ‘머리펴는 약’

저자는 미국마케팅협회가 그의 공적을 기려 ‘비제이 마하잔 상’을 제정할 정도로 명망 높은 인도 출신의 마케팅 전문 경영학자. 그런 이력에 걸맞게 그는 천연자원이 아니라 현재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즉 소비자에게서 이 대륙의 풍부한 경제적 가능성을 찾아낸다.

2006년 7월 짐바브웨를 방문한 저자는 ‘유령도시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항 기념품점은 문을 닫았고 택시 대여섯 대가 휘발유를 아끼려 시동을 끈 채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기회를 본다.

짐바브웨에서 1987년 외식 사업을 시작한 기업 인스코어가 그 좋은 사례. 당시 누구도 짐바브웨에서 외식산업이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력 사정이 불안한 짐바브웨에서는 전기가 자주 나가 집에서 제대로 저녁을 해먹기 힘든 날이 많았다.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인스코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해외로 진출한 인스코어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치즈 수입을 금지하자 9년간의 투자 결과로 유럽산 수입품과 맛이 비슷한 모차렐라 치즈를 생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저자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경제 사회적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진취적으로 사업기회를 찾아가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를 무조건 가난한 대륙으로 생각하는 시각 역시 낡은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2006년 아프리카 53개국 전체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066달러. 인도보다 약 200달러 많다. 특히 현재 4억 명으로 추산되는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여 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루세제나 비누, 마가린 같은 생활필수품을 판매했다. 최근에는 각종 샴푸와 크림, 방취제, 향수 등 생활용품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모발 제품의 경우 모발이완제 같은 아프리카인 취향의 제품이 백인 취향의 모발 제품보다 훨씬 잘 팔린다. 이미 각 기업이 달려든 탓에 레드오션이 된 고소득층보다는 중산층이 훨씬 더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상위 계층으로 진입하고 싶은 아프리카 소비자들의 열망 때문에 저소득층은 중산층 제품을, 중산층은 고소득층 제품을 구입하려 한다. 조니 워커 위스키가 이 나라에서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프라가 부족하고 시장이 조직화돼 있지 않다는 단점도 생각을 뒤집으면 장점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의 LG를 예로 든다. 대리점조차 없던 아프리카에서 애프터서비스와 전략적 마케팅, 대리점 조직망을 통해 선두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각종 자료 인용은 물론 아프리카에 진출한 기업가와 현지 기업, 소비자들을 두루 만나 인터뷰해 책의 현장성을 높였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해 바로 지금 ‘아프리카 파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무를 심어야 할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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