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프로농구 ‘신사도’ 사라지는가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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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타 양준혁(삼성)은 최근 야구 매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한참 앞서고 있는 팀이 도루를 하면 그 팀 타자에게는 바로 빈볼이 날아듭니다.”

비록 규정에 나오지는 않지만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는 경우라면 도루나 번트를 대지 않는 것이 지는 쪽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스포츠에는 이처럼 불문율이 있다. 비록 승자와 패자를 갈라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긴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마저 없다면 승부의 세계가 살벌해지고 감정 싸움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프로농구 코트에는 이런 ‘동업자 정신’마저 실종되는 것 같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볼썽사나운 장면까지 연출되고 있다.

8일 안양에서 열린 동부와 KT&G의 경기도 그랬다. 1, 2위 팀끼리의 대결로 ‘미리 보는 챔프전’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지나친 수비 농구로 득점이 적게 나온 대목이야 그렇다고 쳐도 KT&G는 경기 종료 21초 전 7점 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거친 파울 작전으로 일관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들었다.

전창진 동부 감독은 경기 막판 자신의 용산고 4년 후배인 유도훈 KT&G 감독을 향해 “지금 뭐하자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KT&G의 한 선수는 동부 선수들에게 “벤치에서 하라는 데 어떡하느냐”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경기를 TV 중계 방송에서 해설한 최인선 씨는 “아마 때나 나오는 모습이었다. 기 싸움 또는 적개심을 만들려는 의도 같다”고 지적했다.

농구에서는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는 반칙 작전을 쓰거나 작전 타임을 요청하지 않는 게 기본으로 통한다. 그런데도 순위 경쟁이 치열하고 감독끼리의 신경전이 거세지다 보니 무시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비신사적인 파울로 선수 부상이 우려될 정도다.

감정 대립으로 맞서는 코트에서는 승자와 패자 모두 박수를 받기 힘들다.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적어도 짜증을 주는 일만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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