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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 한달]②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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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 한달]②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

입력 2004-10-18 18:27수정 2009-10-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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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맞춘 특별단속이 계속되면서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어버린 성매매 여성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16일 오전 1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588’ 골목 K모텔. 출장 나온 정모씨(27)는 “특별단속이 무섭다”며 “장사가 안 되니까 돌아다니면서 영업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얼마 전에는 성매매 여성들이 국회 앞에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여성부와 여성단체들은 이들 여성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등을 들어 ‘동원된 시위’라고 일축했지만 여성 가장 같은 성매매 여성들의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경북 포항시)은 “사람들이 물건을 파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을 파는 직업인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14일 ‘미아리 텍사스’가 내려다보이는 서울 성북구의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 주택가의 허름한 5층 건물 4층에 자리 잡은 이 시설은 최근 잇따라 걸려온 업주들의 협박전화 때문에 피해여성들의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실무자와 대표 두 사람만이 빈 쉼터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달 23일 특별단속 이후 새로 입소한 여성은 전국 38개 지원시설에 110명에 이른다.

18일 부산 서구 충무동 집창촌에서 성매매 여성 600여명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거나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최재호기자

지원시설인 은성원의 최정은 사무국장은 “새로 들어온 ‘친구’는 많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자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 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한 번 연장이 가능하다.

김미령 자립지지공동체 대표는 “한번에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여성은 없다”며 “전화할 때마다 데리러 가는데 7, 8번씩 데려온 여성도 있다”고 말했다.

3개월 전 지방의 한 지원시설에 들어온 윤희씨(가명·24)는 이곳에서 생활하며 피부미용학원에 다니고 있다. 19세 때부터 집창촌에서 생활해 온 그는 “의지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자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전에는 사람들이 ‘무슨 일 해?’라고 물을 땐 아무 말도 못했지만 지금은 ‘피부미용학원에 다닌다’고 대답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여성이 심리치료를 받고 자활 의지를 갖게 되기까지는 평균 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한 시설의 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은 아침에 누워 꼼짝도 안 하려고 한다”며 “그 같은 생활을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뀌겠느냐”고 반문했다.

15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한 다방에서 만난 이혜은씨(가명·45)와 김영은씨(가명·39). 이씨와 김씨는 5년 전부터 탈성매매여성자활지원센터에서 구슬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김씨는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업에서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못 나오는 것”이라며 “이 일 아니면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되고 선불금 때문에 업주의 손아귀를 빠져나갈 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자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지원센터에서 나가면 당장 갈 곳이 없다”며 “주거비나 전세금 대출에 대한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자활지원센터인 새움터 전수경 부대표는 “성매매 기간이 길수록 재활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잠깐의 지원보다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령 대표는 “성폭행당한 상처도 평생을 가는데 성매매 여성들이 과거의 상처로부터 회복이 가능하겠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해도 조금씩이나마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로또복권 기금중 38억 올 자활지원사업 투입▼

여성부는 올해 지원받은 로또복권 기금 89억원 중 38억원을 성매매 피해여성의 구조 및 자활 지원사업에 쓰기로 했다.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은 전국 38곳에 세워진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이들에게는 의료 및 법률지원, 심리치료, 직업훈련, 창업 및 취업 지원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했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여성에게는 최대 3000만원까지 무이자(1년 거치 3년 상환)로 창업자금도 빌려준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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