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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말한다]'507년, 정복은…'/서구팽창주의 모순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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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말한다]'507년, 정복은…'/서구팽창주의 모순 해부

입력 2000-03-10 19:21수정 2009-09-23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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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노암 촘스키지음/이후 펴냄▼

바야흐로 팍스 아메리카나다. 철의 장막이 붕괴되면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우수성이 입증됐고, 자본과 물산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었다. 미국 주도하의 IMF는 경제위기가 닥친 나라에 자금을 수혈하고 구조조정을 이끌어내며 ‘경제의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이 진실인가. 1963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국의 직접영향권에서 맴도는 브라질이 80%에 달하는 절대빈곤층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80년대 과감한 경제자유화를 실시한 오스트레일리아가 매년 5%의 국민소득 하락을 맞은 이유는 무엇인가. IMF의 지원으로 85년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볼리비아가 전체 국가수입의 3분의 2를 코카인 판매로 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저자는 507년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기착에서 비롯된 서구의 팽창주의가 현대 세계의 구조적 모순을 잉태 육성했다고 진단한다.

지난 5세기 동안 강대국은 자유무역주의라는 ‘가면’ 아래 약소국에 시장개방을 집요하게 강요해 왔지만 스스로는 철저한 계획 보호무역주의를 분칠하는데 급급했고, 수 많은 제3세계 국민들이 그 결과 빈곤과 억압 아래 허덕인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논지다. 군사적 공격과 정보공작, 노예화는 그 전제일 뿐이며 그 주역은 두말할 것 없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 미국이라는 주장이다.

80년대에 사회의 일부에서나마 미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열풍’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경제현실과 진보운동 등 현대사의 굽이굽이를 정밀하게 들추어내는 실증적 접근이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뿐만 아니라, ‘변형 생성 문법’ 이론의 선구자로서 독보적 언어학자의 위치를 굳힌 촘스키가 이 책을 썼다는 점은 더욱 이 책에 눈길이 가도록 만든다.

사회운동가로서의 그의 면모가 우리에게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 그러나 그의 참여적 행동은 인간 개개인의 중요성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변형 생성 문법’ 이론과 핏줄을 같이 하는 쌍둥이다.

언어를 사회 구성원 사이 약속의 산물로 간주한 소쉬르와 달리, 촘스키는 ‘언어란 개개인이 보편적으로 타고난 언어능력이 변형되며 생성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개개인이 타고난 자유의식과 비판능력 역시 어떤 억압의 체계에 의해서도 제한받음 없이 발현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약육강식과 착취의 세계질서로부터 어떻게 해방될 수 있을까. 그가 제시하는 답안 역시 개인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희생자의 운명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연대’에 기대를 걸며, 인간을 도구가 아니라 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자각을 호소한다.

이런 그의 제안은 구체적 실천방안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도그마의 위험을 벗어던지면서 의사소통의 폭넓은 가능성을 열고 있기에, 오늘날 세계가 그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애리 옮김 477쪽 1만3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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