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부상 ‘우라늄 농축시설’…북미 갈등 재점화?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6일 17시 44분


코멘트

일괄 vs 단계 방법서 이견…영변外 시설 신고 가능성
90년대 이후 20여년간 농축우라늄 시설 놓고 북미 갈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2.27/뉴스1 © News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2.27/뉴스1 © News1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원인을 둘러싼 논박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농축 우라늄 문제는 지난 20년간 북미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도록 한 주요한 부분이었다.

국가정보원은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은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에 주력한 반면, 북한은 순차적인 이행에 중점을 둬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난 5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폐기 플러스 알파를 원했다면서 “우리가 발견한 것들도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밝혀 영변 외 농축 우라늄 시설 신고 또는 동결이 쟁점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농축시설 갈등사

농축 우라늄 시설을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은 20여 년 전 처음 시작됐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이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2000년대 초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이 해외에서 관련 장비를 구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도 여러 차례 제출했다.

특히 미국은 2002년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했을 때 강석주 당시 외무성 제1부상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 계획에 대해 자백을 받아냈다는 식으로 관련 프로그램 가동을 기정사실화 했다.

CIA는 2004년 북한이 매년 2개 이상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농축우라늄 공장을 건설중이라며, 빠르면 2005년께 우라늄탄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생산기지로는 용저리, 하갑, 태천, 평양, 천마산 등을 의심했다.

반면,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관련 시설도 장비도 인력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보였다. 북한은 2005~2007년 6자 회담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며, 신고를 거부했다.

북한의 입장은 2009년 들어 바뀌었다.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안보리가 6월 결의안 1874호를 채택하자 북한 외무성은 “우라늄농축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9월에는 “우라늄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결속(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또 북한은 2010년 11월엔 방북한 미국 스탠퍼드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일행에게 2000여개의 원심분리기가 있는 영변 농축 시설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은 농축 공장은 경수로의 연료 공급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우라늄 농축은 풀루토늄 재처리와 달리 대규모 시설이 필요가 없고 외부로 노출이 쉽게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200~300평 좁은 공간에서도 가동할 수 있다. 또 우라늄 농축 시설에선 핵무기 재료인 고농축우라늄(HEU)과 원전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LEU)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이외에도 최소 한군데에서 농축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강선에서 북한이 대형 원심분리기 시설을 운영중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담당은 제3의, 제4의 핵시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영변 핵시설이 북핵 프로그램의 70~80%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영변의 비중은 최대 50% 수준이고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농축시설 신고, 북미 합의 가능할까

일각에선 2000년대 초반 부시 행정부의 HEU 문제제기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네오콘들이 명확한 증거없이 북한 정권을 압박하려는 전략을 폈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2010년 영변 농축시설을 공개한 이후 북한의 HEU 보유는 기정사실화됐다.

북한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의 핵 활동 차단을 목표로 하는 북미협상이 타결될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핵무기 개발 루트를 확보하려 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영변 외 의심 시설에 대해 미국 내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월 말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해 10월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과 그 이외의(beyond Yongbyon) 핵시설장 폐기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정상간 회담 결렬로 협상 동력이 많이 소진되긴 했지만 결국에는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의 근거가 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영변 외 시설 신고 여부와 관련해 “신뢰가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모든 핵시설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하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