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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커튼 머리’ 방치하는 허술한 신상공개…개선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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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커튼 머리’ 방치하는 허술한 신상공개…개선 언제쯤

뉴스1입력 2019-09-03 11:09수정 2019-09-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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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머리카락을 앞으로 늘어뜨려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2차 공판을 받기위해 제주지방법원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2019.9.2/뉴스1 © News1

2일 오후 1시40분쯤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 후문에 도착한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은 역시나 긴 머리카락을 커튼 삼아 얼굴을 꽁꽁 감춘 채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고유정의 기이한 얼굴 가리기는 재판장에서도 계속됐다. 재판부 쪽으로는 얼굴을 내놓은 반면 방청객 쪽으로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렸다.

재판이 끝난 뒤 이날 오후 5시30분쯤 다시 모습을 보인 고유정은 또 다시 ‘머리카락 커튼’ 뒤에 얼굴을 숨기고 호송차량에 몸을 실었다.

고유정이 떠난 현장에는 분노 섞인 탄식 소리만 가득했다.

◇상위법과 대치되는 경찰의 ‘수사사건 공보 규칙’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36)이 지난 6월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 회의를 열어 범죄수법이 잔인하고 결과가 중대해 국민의 알권리 존중 및 강력범죄예방 차원에서 고씨에 대한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영상캡처)2019.6.7 /뉴스1 © News1 DB

고유정의 얼굴이 취재진에 포착된 순간은 지난 6월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내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던 때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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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취재진이 설치한 카메라를 인지하지 못했던 고유정은 머리를 하나로 묶은 뒤 고개를 들고 담담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고유정은 그간 수차례 마련된 포토라인에서는 단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매번 머리카락이나 두 손, 운동복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식이었다.

일찍이 경찰은 지난 6월5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고유정의 얼굴과 실명,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뿐 아니라 증거가 충분하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방지, 범죄예방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공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고유정의 얼굴의 경우 이동 시 취재진의 사진·영상 취재에 협조하는 간접적인 공개 방식을 택했다.

‘경찰청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신상공개 대상의 얼굴을 공개할 때에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아닌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상공개 대상이 고유정처럼 얼굴 공개를 반복적으로 회피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찰의 행정규칙은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 공개를 허용하고 있는 상위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현재 유족들의 반발을 비롯한 강한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전날 고유정의 재판을 지켜본 방청객 A씨(46·여)는 “고유정이 의도적으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려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유명무실한 신상공개제를 수정·보완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줬으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신상공개제와 정면 충돌하는 ‘피의사실 공표죄’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지난 8월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다 분노한 시민들에게 머리채를 붙잡히고 있다. 2019.8.12/뉴스1 © News1

경찰은 지난 6월1일 고유정을 체포한 직후 사건의 뼈대만 간략히 밝히며 조사 내용을 일체 함구해 왔고,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사실상 함구령을 내려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행 형법 126조는 검찰이나 경찰 등이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외부에 알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령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11년간 피의사실 공표죄로 접수된 사건은 347건이지만 기소된 사례는 전무하다. 입증이 어려운 데다 공익사안의 경우는 면죄부를 받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특히 이 법령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2010년 도입된 신상공개 제도와도 정면 충돌하는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신상공개 제도는 피의사실 공표와 관계 없이 기소 전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상공개 시기를 기소 후 또는 판결 후로 미루지 않는 한 충돌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 속 신상공개 제도를 강화하는 일명 ‘머그샷법(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안규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동대문 갑)이 발의한 이 법안은 경찰이 신상 공개 대상인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도 미국처럼 구금과정에서 찍은 사진 이른바 머그샷을 촬영할 수 있게 돼 신상 공개 제도의 실효성이 확실히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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