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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죽거나 혹은 다치거나, 군대가거나… 주연배우 대역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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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죽거나 혹은 다치거나, 군대가거나… 주연배우 대역史

동아일보입력 2010-08-05 16:33수정 2010-08-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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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나쁜남자'에 출연한 배우 김남길(왼쪽)과 대역배우 홍도윤. 사진제공 굿스토리·홍도윤 미니홈피 캡쳐

드라마를 끌어가던 주인공이 중도하차할 사정이 생겼다면?

5일 막을 내린 SBS 수목드라마 '나쁜남자'의 제작진을 막판에 괴롭혔던 문제는 타이틀 롤을 맡았던 김남길의 군 입대였다. 입대일을 연기해달라고 병무청에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벼락치기 촬영에 들어갔으나 원톱 배우가 보름 만에 마지막 5회 분량을 소화하기는 무리였다.

결국 제작진은 대역을 함께 쓰기로 했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김남길의 대역 배우로 낙점 받은 이는 그와 신체 비율과 몸매가 비슷한 모델 출신 홍도윤(29). 영화 '비스티보이즈',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 출연했던 배우다.


그는 긴 머리를 김남길처럼 보이도록 자르고 7월 9일부터 촬영 현장에 투입됐다. 상반신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은 김남길이 군대 가기 전에 미리 찍어두었고, 김남길이 들것에 실려 가는 장면이나 그의 뒷모습은 홍도윤이 맡아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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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이 대역을 썼다는 소식이 4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역배우 홍도윤의 외모가 화제로 떠올랐다. '홍도윤' 이름 석자는 그날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수위에 오르내렸다.

홍도윤의 매니저는 "홍도윤씨가 드라마의 감을 익히려고 참여했는데 갑작스런 관심을 받게 됐다. 기분이 좋은 반면 고민스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대역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뮤지컬학과 석사 출신인 홍도윤은 최근 4인조 팝페라 그룹에 들어가 내년 5월 출시를 목표로 음반을 준비 중이다. 활동은 주로 일본에서 할 예정이다.

▶ '대조영' 촬영 중 부상 입어 뒷모습 대역 쓴 이덕화

드라마와 영화에서 대역 배우를 쓰는 사례는 적지 않다. 드라마 사전 제작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연급 연기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만 두게 될 경우 줄거리를 바꿔 문제의 배역을 중도 하차시키거나 대역을 쓰는 것 외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SBS 드라마 '우리 집에 왜 왔니'에 출연 중이던 김승수(37)는 무리한 운동으로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전치 6개월의 진단을 받았다. 주연배우가 목발을 짚어야 설 수 있으니 제작진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결국 선택은 대역배우였다. 풀샷은 대역이, 바스트샷은 김승수가 찍었다.

중견 배우 이덕화(58)는 KBS1 드라마 '대조영'(2007)에서 당나라의 유명한 무장 설인귀를 연기하다 말에서 떨어져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앞니 4개가 부러지고 손목과 코뼈에 금이 가 더 이상 촬영이 어려운 상태였다. 제작진은 일단 대역을 써서 뒷모습 위주로 찍어놓은 뒤 부상에서 회복한 이덕화의 정면을 나중에 촬영해 짜깁기했다.

\'청춘극장\' 촬영 중 사망한 변영훈(왼쪽)과 2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변영훈 대역으로 선발된 연재모. 동아일보 자료사진.


▶ '청춘스타' 변영훈 사망 때는 닮은 대타 오디션 기용

다쳐서 대역을 쓰는 경우는 그래도 '행복한' 축에 속한다. 배우가 애석하게도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비운의 청춘스타 변영훈은 1993년 영화 '남자 위의 여자'를 찍다가 헬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당장 불똥이 튄 것은 KBS2 드라마 '청춘극장'이었다. 공사 창립 20주년을 맞은 KBS는 당시 가장 '핫'한 스타였던 변영훈을 캐스팅해 '청춘극장'을 제작했던 것. 변영훈의 역할을 다른 배우로 교체해 처음부터 다시 찍을 수는 없었다. 기대작인 만큼 중국, 일본 촬영을 미리 끝내놓는 바람에 이미 지출한 제작비가 제작진의 발목을 잡았다.

제작진은 급히 대타를 찾아 나섰다. 대역 모집에 몰려든 250명의 젊은이 중에서 선발된 연재모는 변영훈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닮았으나, 이목구비와 체격은 별로 닮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진은 분장과 조명으로 커버할 수 있을 거라 장담했지만 시청자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초짜 배우'의 연기력도 문제였다. 결국 연재모의 역할은 최소한의 대사와 동작으로 제한됐다.

해외에서도 대역을 써서 작품을 완성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 전설의 쿵푸스타 이소룡(李小龍·리샤오룽·미국명 브루스 리)은 '사망유희'(1979)를 찍다 사망했다. 제작진은 이소룡 대역을 대대적으로 공모했으나 적당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그와 닮은 부산 출신의 한국 액션배우 김태정(67)을 기용했다. 김태정은 '당룡'이라는 예명으로 홍콩에서 활동했으며 '사망탑'(1980)에서는 이소룡의 동생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글래디 에이터' 촬영 막바지에 심장 마비로 사망한 올리버 리드. '글래디 에이터' 스틸컷.


▶ 할리우드에서는 대역의 몸에 배우 얼굴 CG 합성

이소룡 가문의 저주라고 불릴 정도로 불운은 대를 이어갔다.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영화 '크로우'(1994) 촬영 막바지에 총기 오발 사고로 숨진 것. 제작진은 대역 배우의 몸에 브랜든의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합성해 영화를 완성했다.

얼굴 CG 합성 기법은 로마시대 검투사의 이야기를 다룬 '글래디에이터'(2000)에서 절정을 이룬다. 주요 배역인 주인공 막시무스(러셀 크로우)를 돕는 노예상인 프록시모 역의 올리버 리드가 촬영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것. '크로우'와 마찬가지로 제작진은 필요한 장면은 대역을 쓰고, 얼굴만 올리버 리드의 것을 따서 CG로 합성했다.

히스 레저의 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2009)은 다소 기발한 방법을 썼다. 2008년 레저가 약물과다복용으로 죽기 전 그가 연기한 분량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의 얼굴이 세 번 변한 것으로 재설정하고 다른 배우가 레저의 연기를 이어서 하도록 했다. 평소 고인과 가까웠던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패럴 등 정상급 배우들이 나서 번갈아 가며 고인의 배역을 소화했다.

'사랑과 결혼' '고백' 촬영 중 간염으로 입원하며 연기활동을 중단한 임성민. 간염이 간경화로 악화돼 사망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 '교통사고 사망' '장기출장'으로 땜질 처리도

대역마저 쓰지 못해 아예 드라마의 줄거리가 바뀌어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다. 1995년 주연급 연기자 임성민이 지병으로 연기활동을 중단하면서 그가 출연했던 MBC '사랑과 결혼', SBS '고백'이 직격탄을 맞았다. 임성민은 '사랑과 결혼'에서는 교통사고로 사망 처리됐고, '고백'에서는 장기 출장을 떠난 것으로 중도 하차했다.

채시라의 배꼽춤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아들의 여자'(1994)에 나왔던 차인표는 드라마 초반 입대가 결정되자 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줄거리를 바꿔 극에서 빠졌다. 영화 '아담이 눈뜰 때'(1993)를 촬영하다 방위병으로 입대한 최재성은 3주 간의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촬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동영상=‘입대’ 김남길 “짧은 머리 어색…성숙해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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