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희생자와 인연” 상처 깊은 76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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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우한시 8일 봉쇄 해제
사망자 2571명… 中 전체의 77%, “생계 어려워도 혼자 견뎌야” 하소연
거주지역 바깥 출입은 여전히 통제… 직장 복귀율도 60.5%에 그쳐

마음의 벽은 언제쯤 허물까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이 통행 차단을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드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8일 우한시에 대한 봉쇄를 76일 만에 해제한다. 우한=AP 뉴시스
마음의 벽은 언제쯤 허물까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이 통행 차단을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드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8일 우한시에 대한 봉쇄를 76일 만에 해제한다. 우한=AP 뉴시스
“내 지인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가족이 있어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시민 천(陳·여)모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한시의 어떤 가정도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다”며 “가족, 친척이 아니라면 친구라도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차오커우(礄口)구에 사는 천 씨와 남편, 천 씨의 어머니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남편의 고모는 결국 숨졌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된 우한시와 외부 연결을 막았던 봉쇄를 8일부터 해제한다. 900만 명이 머물던 우한시가 1월 23일부터 봉쇄된 지 76일 만이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입은 상처를 털어내지 못했다. 우한시에서만 중국 전체 사망자의 77%에 달하는 2571명이 숨졌다. 치명률이 5.1%에 달해 후베이성 이외 지역(0.9%)보다 훨씬 높다. 우한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2월 통화에서 “우한 사태는 천재(天災)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던 청(程)모 씨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우한시 둥시후(東西湖)구에 사는 판(潘·36)모 씨는 본인을 포함해 일가족 5명이 모두 감염됐다. 그는 퇴원해 집에 돌아왔지만 일터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2개월여 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그는 “생계에 어려움이 있어도 (정부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어 혼자 견딜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힘없는 목소리로 “코로나19가 사람들을 기운 없게 하고 앞날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사태가 (완전히) 끝나면 이곳을 한동안 떠나고 싶다”고도 말했다.

후베이성 정부는 5일 우한시 대형 기업들의 업무 재개율은 97.2%인 반면 직원 복귀율은 60.5%에 그쳤다고 밝혔다. 7일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의 70% 이상이 운행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상점과 식당은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다.

우한시 우창(武昌)구에 사는 사오(邵·여)모 씨는 “거주 지역 바깥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고 일부만 출근하고 있다.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객도 매우 적다”고 말했다. 건강 증명서 기능을 하는 모바일 건강 코드가 있어야 거주 단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14일 이상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거주 단지 주민들에 한해 한 번에 2시간 동안 단지 밖에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한인 소식통은 “이달부터 중국인 직원들을 다시 출근시키려고 했지만 이들이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출근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우한시#봉쇄 해제#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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