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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빼면 남는게 없다”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제 여파 끝모를 영업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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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빼면 남는게 없다”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제 여파 끝모를 영업난

김호경기자 , 정순구기자 입력 2019-12-09 21:36수정 2019-12-0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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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간판을 뗀 자국이 선명했다. 자물쇠가 채워진 문 옆에는 ‘임대’라고 적힌 빨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인근의 ‘부츠 논현점’ 자리는 텅 비어 있다. 이마트가 2017년 국내에 들여온 영국 드러그스토어 브랜드도 불황을 비켜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바로 옆에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직영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역시 비었다. 3층짜리 건물이 권리금도 없이 임대 매물로 나와 있지만 3개월 넘게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백종원 거리’로 불리던 논현동 먹자골목에는 빈 점포나 임대 매물이 더 많았다. 영업 중인 한 식당 관계자는 “3년 전 권리금 2억5000만 원을 주고 들어왔지만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권리금 6000만 원에 점포를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곳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골목 안쪽까지 합치면 무권리 매물이 10개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상권인 영동시장 일대, 홍대입구, 명동 3곳을 현장 취재한 결과 권리금이 아예 없는 ‘무권리 매물’까지 나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리금은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에게 점포를 넘길 때 받는 웃돈으로, 실물경기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무권리 매물이 등장했다는 건 초기 투자비 회수를 포기하고서라도 서둘러 장사를 접어야 할 만큼 영업난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등 신흥 상권을 덮친 불황이 그나마 불경기에도 굳건하게 버티던 전통 상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인근을 아우르는 마포 홍대·합정 상권은 2000년대 클럽, 2010년대 ‘밤과 음악 사이’로 대표되는 감성주점 등 유행을 선도했던 상권이다. 하지만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주변 중심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빈 점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홍익대 정문 쪽의 터줏대감이었던 롯데리아 홍대점은 지난해 여름 폐점했다. 만남의 장소였던 ‘홍대놀이터’(홍익문화공원) 부근에서는 ‘없는 상권도 만들어낸다’는 스타벅스마저 최근 문을 닫았다. 이곳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어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영업을 중단하고 월세만 내는 점포도 있다”며 “계약 만료를 앞두고 서둘러 점포를 넘기려고 무권리로 나오는 매물도 있다”고 확인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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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중구 명동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유명 의류 브랜드 대형 매장이 몰려 있던 명동6길 150m 거리에는 1층에 빈 점포가 5곳이나 됐다. 1, 2층이 모두 비어 있는 한 점포는 무권리 매물로 나왔지만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공실인 상태다. 이곳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들어오려면 적어도 권리금 1억 원 이상을 줘야 했던 명동 상권에서도 최근 무권리 매물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숙박·음식점업 무권리 점포 비율은 2015년 13.3%에서 지난해 17.5%로 올랐다. 국내 최대 상가매물 중개업체인 ‘점포라인’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서울에서 사라졌던 무권리 매물이 지난해 27건이나 올라왔다. 올해도 11건(10월 기준)의 무권리 매물이 나왔다. 점포라인 관계자는 “1층 매물만 취합한 거라 권리금이 더 낮은 2층 이상까지 포함하면 실제 무권리 매물은 더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도한 임대료가 공실의 원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았다. 점포라인의 마광일 상권개발팀장은 “예전보다 장사가 안돼 임차료를 내기 어려워진 것이지, 임차료 때문에 장사가 안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지난해는 최저임금 인상, 올해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본격화가 상권 불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도 전통 상권의 쇠퇴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플랫폼 ‘상가의 신’ 권강수 대표는 “최근 회식을 줄이는 사회 분위기와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전통 상권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관계자는 “술자리가 줄면서 주류 매출이 큰 요식업 상인들의 타격이 크다”며 “사회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자영업자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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