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부 장관 “전략비축유 방출은 시기상조” 신중 모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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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 이후 국제 유가가 폭등하며 세계 최대 전략비축유(SPR)를 보유한 미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6일 “시기상조”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페리 장관은 16일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와 에너지 시장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라며 “이란의 악의적인 노력에도 우리는 시장이 회복력이 있으며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설의 운영 중단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이해하기 전에 전략비축유 필요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페리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이 부각되자 선을 그은 것으로, 최소한 시장 상황을 파악한 뒤에 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시기 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에 이어 16일에도 트위터에서 “우리는 순 에너지 수출국이며 현재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라고 자찬한 뒤 “우리는 중동산 원유 및 가스가 필요하지 않으며, 거기에 유조선도 거의 없지만, 동맹국을 도울 것”이라고 썼다.

이른바 ‘셰일가스 혁명’으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된 미국에는 국제 유가 상승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낮아진 미국이 전략비축유와 관련해 전략적 선택지를 달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오른 62.90달러에 마감했다.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지만 1년 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7%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체감하는 휘발유값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미국 내에서 사우디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의 이날 일반 휘발유 갤런당 평균 가격은 3.631달러로 1주일 전, 1년 전과 거의 비슷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유가 상승은 원유 수출을 늘려 미국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부 텍사스와 걸프 해안을 잇는 새로운 송유관이 거의 완성됐으며 한국과 일본 등 사우디 원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 수출이 곧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철강과 시추 장비회사, 대체연료인 에탄올 원료를 생산하는 중서부 옥수수 농가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10%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다.

다만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 기간과 미국과 이란의 갈등 정도에 따라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되느냐가 관건이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 시설 복구에 6주 이상 걸릴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 애널리스티인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이란과 긴장이 고조돼 전쟁으로 이어지면 100달러 유가가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을 틈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다시 압박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에상하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 등을 이유로 연준이 ‘금리 동결’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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