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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수상자 도주 3시간만에… “대공 용의점 없다” 서둘러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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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수상자 도주 3시간만에… “대공 용의점 없다” 서둘러 결론

손효주기자 , 이지훈 기자 입력 2019-07-13 03:00수정 2019-07-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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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허위 자수’ 파문]총체적 기강해이 드러낸 軍
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 모습. 4일 탄약창고 근처에 침입자가 경계를 뚫고 달아났는데도 해당 부대 장교가 장병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군이 조사에 나섰다. 뉴스1
4일 발생한 해군부대 ‘거동 수상자’ 도주 사건과 이를 처리하는 과정은 군 기강 해이의 종합판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허술한 경계 태세, 중대 상황에 대한 안일한 인식, 은폐·조작 시도, 보고 누락 등에서 군 기강 해이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 특히 북한 목선 ‘노크 귀순’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도 안 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자 군의 신뢰도가 회복 불가 수준으로 훼손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군이 거동 수상자가 도주했음에도 단기간에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며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치부했다는 점이다. 12일 해군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5일 0시 50분 군은 ‘대공 용의점이 없다’며 상황을 1차 종결했다.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내에서 거동 수상자를 발견한 시간은 4일 오후 10시 2분이었는데 약 3시간 만에 부대 안팎의 폐쇄회로(CC)TV 녹화 화면, 경계병 증언 등을 근거로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다며 이같이 판단한 것. 당시 이 부대에는 적 침투 가능성이 높을 경우 내려지는 부대방호태세 1급이 발령됐다. 군 관계자는 “해상·육상을 통한 적 침투 가능성을 단시간에 일축해버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비상 상황이 종결되자 상황 관리 책임은 합동참모본부에서 2함대사령부로 넘어갔고, 거동 수상자 발견 상황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 박한기 합참의장에게도 5일 아침에야 전날 밤 상황이 보고됐지만 정작 박 의장은 보고받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일한 상황 인식은 ‘허위 자백’으로 이어졌다. 사건 후속 조치의 책임이 있는 2함대사령부 A 소령은 5일 병사 10여 명에게 허위 자백을 제안했다. 내부자 소행으로 보이고, 용의자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곤란해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빨리 끝내자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백을 해도 나중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A 소령은 ‘거동 수상자’ 발생 상황을 암구호를 잊어버린 병사가 질책받을 것이 두려워 도망친 사건 정도로 여긴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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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다음 달 중순 전역을 앞둔 B 병장이 5일 허위 자백에 나섰다. 이 사건을 12일 폭로한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B 병장이 ‘강요에 따라 자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군은 “B 병장이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자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 진실 공방도 이어졌다.

그러나 B 병장은 헌병대 수사 과정에서 사건 발생 시간 다른 간부와 함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자 9일 허위 자백 사실을 실토했다. 12일 오후까지 실제 거동 수상자는 잡지 못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허위 자백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정 장관 및 박 의장에게 즉각 보고되지 않은 점이다. 김중로 의원은 이 사건을 폭로하기에 앞서 11일 저녁 박 의장 및 정 장관과 통화했는데 그제야 두 사람이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실이 12일 공개한 박 의장과의 11일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이 “(2함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묻자 박 의장은 “저는 처음 듣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또한 12일 오전에야 관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2일 국회 예결위에서 “(관련 보고를) 오늘 아침 9시 반에 받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허위 자백을 종용한 A 소령에 대해서는 12일 오후 2시에야 직무 배제 조치를 취했다.

결국 북한 목선 귀순 사건에 이어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경계 실패 및 은폐·조작 시도 등으로 얼룩진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정 장관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군 관계자는 “정 장관이 북한 목선 사건은 일부 장군들에 대한 경고 및 보직해임 등으로 넘어갔지만 뒤이은 사건으로 군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만큼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해군 부대#거동 수상자#허위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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