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격려로 체력적 한계 견뎌… 체계적 인력 육성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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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필수 인력 갖추지 않은 병원 많아… 법정 간호인력 위반 처벌 강화해야

“올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인데 힘들지만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사진)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간호사들은 전국 의료현장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국민들의 지지와 격려로 체력적 한계를 견뎌내고 있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간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 회장은 서울과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현장 간호사들의 근무 실태를 파악했다. 그는 “서울의료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법정 간호사 인력 기준보다 10명 더 채용해 감염병 예비인력으로 육성했다”고 말했다. 평상시 감염병에 대응하는 인력체계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감염병 사태에 미처 준비되지 않은 병원이 더 많았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공공병원은 이동용 음압기도 없이 환자를 받고, 간호사도 감염병 예방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것. 신 회장은 “이런 병원들은 의료진의 공포가 컸다. 공공병원 사이에서도 감염병 대응 체계에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내 간호인력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게 신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우리가 조사한 대구경북 지역 내 병원 13곳 중 필수 간호 인력을 갖춘 곳은 5곳에 불과했다”며 “모든 병원이 법적으로 명시한 간호 인력을 확충하고 있었다면 자원봉사 인력을 모집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선 병원들이 법정 간호 인력 기준을 준수하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상 병원들은 적정 간호 인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는 것. 신 회장은 “지원인력이 와도 기존 간호 인력은 계속 의료현장에 투입돼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병원이 적정한 간호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에 특화된 간호 인력을 양성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역 거점별로 지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감염병 사태에 대비한 인력과 시설을 미리 확보해야 경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신경림#대한간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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