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완주 고속도로 터널서 탱크로리 넘어지며 30여대 추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7일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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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나오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터널) 안에 차 여러 대가 부딪혀 있었는데, 길이 미끄러워 뒤에 오던 차들이 계속 부딪혔어요.”

17일 오후 5시경 전북 남원시 사매면 완주-순천 고속도로 전주방향 사매2터널 사고현장 앞에서 만난 A 씨는 사고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A 씨는 “차들이 계속 부딪히고, 불이나면서 연기가 쉴 새 없이 나와 무서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4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 B 씨는 터널 내부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다 큰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찌그러진 차량이 도로에 널려 있고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고도 덧붙였다.

● 탱크로리 넘어지며 30여대 추돌

사매 2터널에서 사고가 난 건 이날 낮 12시 23분경. 질산 1만8000여 리터를 싣고 전주방향으로 가 던 탱크로리가 넘어지면서 뒤따라오던 차량 30여 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터널 내부에서 불이나면서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탔다. 오후 6시 현재 탱크로리 기사 등 2명이 목숨을 잃었고 37명이 다쳐 인근 전주와 남원, 임실, 광주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지점은 총길이 710m 터널의 초입부인 100m 지점이다. 하지만 불이 나면서 연기가 터널 안에 가득 찼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사고발생 4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는데 성공했다. 사고는 대설특보로 많은 눈이 내리고 추운날씨에 터널 안 도로가 얼면서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과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오후 1시 남원에는 평균 5.6㎝의 눈이 왔지만 풍악산 노적봉 인근의 사매면에는 이보다 많은 눈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터널에 진입하기 전까지 차량들에 묻어있던 눈이 터널 안에 떨어져 일부 구간이 살얼음 상태가 됐을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으나 새벽부터 눈이 많이 내려 평소보다 노면이 미끄러운 상태였다”며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차량이 흔들렸다는 운전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매 1터널 남원 방면에서도 승용차 등 차량 5대가 잇달아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사매 1터널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인원 231명과 장비 81대를 투입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로 고속도로 위가 주차장으로 변한 상태여서 현장 도착부터 애를 먹었고 자욱한 연기가 터널 안을 가득 채우면서 화재진압과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과 환경부는 사고 현장에서 누출된 질산에 대한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질산은 산화력과 부식성이 강해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 누출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 “눈 내리고 터널 안 미끄러워 사고 발생”



2016년 2월에도 사매2터널에선 차량 12대가 추돌해 11명이 다쳤다. 경찰은 당시 사고가 눈이 내리면서 터널 내 도로가 미끄러워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추측도 나온다.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의 많은 터널 개수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 117.78㎞에는 38개(편도) 터널이 있는데, 들어가고 나올 때 빛의 차이 때문에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올 때 터널 내부에 진입한 차량들이 오히려 속도를 내는 점도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터널에 들어오면 외부를 주행할 때보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외부와 달리 눈 등이 쌓여 있지 않아 운전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착각해 속도를 내면서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순천-완주고속도로 북남원나들목(IC)부터 오수IC(양방향, 13.7km) 구간을 전면 통제하고, 인근 국도 17호선과 지방도 745호선으로 차량을 우회시켰다. 이로 인해 인근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남원=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
영상 한국도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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