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독재 노리는 푸틴[횡설수설/신연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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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초대 총리였던 리콴유는 말레이 반도의 작은 어촌을 부유한 나라로 만든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다. 유능하고 부패 없는 공무원 조직을 통해 싱가포르를 1인당 국내총생산 400달러에서 6만5000달러의 강소국으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독재자라는 비판도 따랐다. 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을 장기 집권했고 그가 물러난 후에는 측근인 고촉통 전 총리가 권력을 물려받았다. 2004년부터는 아들인 리셴룽 총리가 17년째 집권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국정연설에서 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서방 언론에서는 푸틴이 ‘리콴유 모델’을 따르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총리에서 물러나고도 2015년 사망할 때까지 고문장관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리콴유를 따라 한다는 말이다. 리콴유뿐이 아니다.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도 공식 직함은 없었지만 사망 직전까지 중국의 최고지도자 자리를 유지했다.

▷푸틴은 2000년부터 대통령을 두 차례나 했고, 그 후에는 총리였다가 2012년부터 다시 대통령을 연임해 총 네 번째 하고 있다. 이번 임기가 2024년 끝나는 터라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한 헌법 조항을 고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푸틴은 장기 집권 비판을 피해 막후 실세로 가는 길을 택한 듯하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의회와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위원회를 강화해 국회의장이나 총리, 또는 국가위원회 수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체제상으로는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다. 형식상 대통령은 외치를, 총리는 내각을 통솔하는 이원집정부제인 데다 상하 양원이 있다. 그러나 떠오르는 야당 지도자가 갑자기 암살되고 언론인이 체포되는 등 사실상 독재 국가에 가깝다. 고르바초프 이후 준비 없이 갑작스러운 개혁 개방으로 극심한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겪은 터라 공산주의 독재로 돌아가자는 사람들까지 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푸틴은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2018년 3월 대선에서 푸틴은 67.5% 투표율에 76.7% 득표로 당선됐다. 투표 조작을 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이 안 된다. 고르바초프나 옐친 시대와 달리 푸틴 집권 이후 비교적 경제 사회가 안정된 것이 인기 비결이다. 최근엔 경제도 나빠지고 장기 집권이나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다. 반(反)정부 시위도 잦다. 종신 집권을 노리는 푸틴에 대해 러시아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까.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리콴유 모델#러시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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