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에 불을 켜라” 文대통령, ‘김기림의 시’ 인용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5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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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되찾은 빛, 함께 밝혀 갈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경축식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독립유공자와 각계각층의 국민, 주한외교단 등 18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2019.8.15/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되찾은 빛, 함께 밝혀 갈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경축식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독립유공자와 각계각층의 국민, 주한외교단 등 18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2019.8.15/뉴스1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 /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의 도입부에서 시 한 구절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이 “해방 직후, 한 시인은 광복을 맞은 새 나라의 꿈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표현한 이 시는 시인 김기림의 ‘새나라송(頌)’이다.

1908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태어난 김기림은 모더니즘 계열을 거쳐 현실 참여문학에 깊게 관여했고, 광복 후에는 좌파 성향의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활동했다. 1948년에는 ‘새나라송’ 등을 담은 시집 ‘새노래’를 펴냈지만, 6.25 전쟁 이후 납북됐다.

경축사에 이 시가 등장한 것은 “광복 직후 문학작품 중 경제 건설과 관련한 좋은 이야기를 찾아보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연설비서관실은 경제 건설과 다룬 여러 편의 시를 찾아봤고, 최종적으로 문 대통령이 김기림의 시를 낙점했다. 이날 경축사의 핵심 메시지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은 또 경축사에서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라는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도 인용했다. 항일시의 대표 격인 ‘그날이 오면’은 광복을 염원하는 작품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알려져 있다. 앞서 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도 윤봉길 의사의 종선인 윤주빈 씨가 심훈의 옥중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한 달 전부터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갖는 등 경축사 준비에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시인 출신인 신동호 연설비서관이 초고를 맡 이번 주 초 문 대통령이 최종 원고를 완성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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