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70代 사형수 지병으로 사망… 60명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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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내연의심 男 살해 혐의로 20년전 사형확정 판결 받고 복역
1997년 이후 사형집행 없어… 한국 ‘실질적 사형 폐지국’ 분류
헌재, 세번째 사형제 헌소심리 앞둬

지난달 25일. 60대 남성 A 씨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A 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곳에 온다. 재소자 이재복(70)을 보기 위해서다. 이날은 특별히 그에게 줄 영치금도 챙겨왔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이 영치금을 주고 오라며 부탁을 했다. 영치금을 부탁한 이 사람은 이재복과 같은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영치금 넣어주고 오라서 해서 왔습니다.” 하지만 이재복은 A 씨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이재복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영치금을 보내준 이의 이름 석 자만 띄엄띄엄 말했다고 한다. 당뇨병을 앓던 이재복은 2015년 이후 합병증으로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1주일에 세 차례씩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았다. 시력도 거의 잃었다. A 씨가 이재복을 본 건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사형수 이재복이 이달 11일 수감 중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로써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사형수는 60명이 됐다. 이재복 이전에 수감된 사형수가 사망한 건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명이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재복은 아내의 내연남으로 의심한 남성을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999년 2월 24일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해 왔다. 한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던 이재복은 건강이 악화되면서 종교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복은 최근 면회를 온 지인에게 “교도소에서 목숨을 끊으려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하나님을 만났다. 내가 하나님을 봤다고 소리를 지르니 모두 날 이상하게 봤다”며 “그 후로 종교를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이재복은 2017년 국내 한 선교단체로부터 선교사 임명을 받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표현도 종종 했다고 한다. 이재복은 지인에게 “아들이 바르게 잘 자라줘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 이재복의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함을 인계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다.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형 집행이 이뤄진 뒤로 지금까지 사형 집행은 없었다.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사망한 사형수는 이재복을 포함해 모두 11명이다. 이 중 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6명은 병으로 숨졌다.

사형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 2월 한국천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면서다.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사형제 폐지를 내걸었던 만큼 사형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헌법재판관의 수가 6명(전체 재판관 9명)으로 늘어나 앞선 두 차례의 결정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재희 jetti@donga.com·김동혁 기자
#사형수#사형제 폐지 국가#사형 집행#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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