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동건의 야심작 ‘어센던트 원’은 왜 6개월만에 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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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0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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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MOBA 게임 ‘어센던트 원’이 오는 8월1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 뉴스1
넥슨의 MOBA 게임 ‘어센던트 원’이 오는 8월1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 뉴스1
최소 3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였다. 그것도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에서다. 총괄은 ‘마비노기’로 유명한 스타 개발자 김동건이 맡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상처로 남았다. 올해 넥슨이 출시한 멀티플레이어 배틀아레나(MOBA) 게임 ‘어센던트 원’ 얘기다.

21일 넥슨에 따르면 어센던트 원은 오는 8월1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2월14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어센던트 원은 지난 2016년 4월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에서 최초 공개됐다. 최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적지 않은 개발비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기 전 어센던트 원의 현실은 초라했다. 어센던트 원은 5대5 팀 대전 게임으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10명이 필요하다. 평일 낮에는 10명이 모이지 않아 게임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용자 수가 적었다.

이 정도면 게임에서 발생하는 수익보다 서버를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 어센던트 원의 서비스 종료 소식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명가’ 데브캣 스튜디오와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굴욕에 가깝다.
김동건 데브캣 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 © News1
김동건 데브캣 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 © News1

어센던트 원의 실패 원인으로는 10년째 PC방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같은 장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의 선점 효과가 꼽힌다. 롤에서 어센던트 원으로 사용자들이 움직일 동인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넥슨도 롤을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한재호 데브캣 스튜디오 디렉터는 롤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호응해주는 사용자만 있으면 MOBA 장르에서 몇 위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단번에 1등을 잡으려 하기보다는 확실한 팬층을 다지자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데브캣 스튜디오의 운영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게임에 문제가 있으면 고치지 않고 방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센던트 원은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해 9월 ‘얼리 액세스’를 했다. 얼리 액세스란 비공개테스트(CBT)의 일종으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점을 찾아가는 제작방식을 말한다.

당시 사용자들은 맵의 가시성이 떨어져 지형 고저차를 인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문제점은 약 5개월 후 정식 출시돼서도 그대로였다.

정식 출시일인 지난 2월14일 넥슨이 섭외해 오픈 기념 방송 진행을 맡은 웹툰작가 이말년(침착맨)이 “이런 부분은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용자들이 ‘소신 발언’이라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밸런스 문제도 계속됐다. 정식 출시 후 처음으로 추가된 캐릭터인 ‘아킬레우스’는 지나치게 강력해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다음으로 ‘헥토르’ ‘히드라’가 추가됐을 때도 밸런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데브캣 스튜디오는 실망한 사용자가 떠나고서야 캐릭터의 성능을 하향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했다.

지난해 4월 넥슨은 각 조직의 개발 철학과 개성에 기반한 창의적 게임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자사 개발 조직을 데브캣 스튜디오를 포함한 7개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했다. 어센던트 원은 조직개편 이후 데브캣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출시한 온라인 PC 게임이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면서 데브캣 스튜디오와 그 수장인 김 프로듀서의 명성은 큰 상처를 입게 됐다.

PC에서 쓴맛을 본 데브캣 스튜디오는 모바일 게임으로 반전을 노릴 전망이다. 김 프로듀서에게 명예를 안겨다 준 마비노기의 모바일로 구현한 ‘마비노기 모바일’이 그 주인공이다. 출시 시기는 올 하반기가 유력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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