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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치·사법체계 불신하는 홍콩 젊은이들…시진핑에 정치적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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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치·사법체계 불신하는 홍콩 젊은이들…시진핑에 정치적 타격

홍콩=윤완준 특파원 입력 2019-06-16 17:36수정 2019-06-1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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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이라 해도 사법제도가 불공정한 중국에 홍콩인을 보내는 거잖아요. 중국이 그들의 인권을 침해해도 그들을 데려올 수도, 인권을 보장할 방법도 없어요. 그래서 분노합니다.”

이름을 완전히 공개하는 걸 꺼리던 레이모 씨(27)는 16일(현지 시간) 기자에게 “중국은 권력을 상호 견제하는 삼권분립이 보장되지 않는다. 근본 문제는 중국의 정치권력이 권력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복무하도록 개선할 때나 해결될 것”이라며 중국의 정치·사법시스템에 대한 노골적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범죄인 인도법 추진 중단은 소용없다. 유일한 해결은 철회”라고 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 지도부와 협의한 뒤 15일 ‘범죄인 인도법’ 추진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지만 시민 반발은 더 거세졌다. 홍콩 권력교체 운동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 中 체제 불신, 권력교체 운동으로
이날 오후 빅토리아공원에서 홍콩 정부청사에 이르는 3km 홍콩 도심 도로는 상복을 뜻하는 검은 옷을 착용한 반중(反中) 시위대 물결로 가득 찼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각계각층이 참가한 시위대를 이끄는 주축은 20대 젊은층이었다. 이들은 “홍콩을 지키자(撑香港)” “중국 송환을 반대한다(反送中)”를 반복해서 외쳤다. 9일 103만 명 시위 때와 달리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일부 홍콩 언론은 이날 참가자 수가 최대 144만 명에 달해 9일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17일 총파업도 예고됐다.


참가자들은 중국 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과 공포를 보였다. 이름을 ‘프리덤’이라고 불러달라고 한 청모 씨(21·여)는 “중국이 홍콩을 억압하는 것이 두렵다. 홍콩의 핵심 가치는 (중국에 없는) 언론 등 다방면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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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장관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법안의 입법회(국회) 심의를 위한 새로운 마감 시한을 만들지 않겠다”며 사실상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정치·사법체제를 불신하고 반대하는 홍콩의 ‘영(young) 피플 파워’에 홍콩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람 장관의 회견에도 불구하고 이날 늦은 오후에는 정부청사 인근 애드미럴티의 한 쇼핑몰에서 30대 남성 량 모씨가 인도법 반대 고공시위를 벌이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진 뒤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 미중 갈등 속 시진핑에 정치적 타격
람 장관은 9일 대규모 반중 시위 이후에도 법안 강행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 그가 중국 지도부와 협의한 뒤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홍콩 매체들은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홍콩 시위 발생 이후 홍콩과 인접한 광둥(廣東)성 선전(深¤)시로 내려와 대책회의를 열었고 14일 밤 람 행정장관에게 법안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안 추진 중단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012년 집권 이후 가장 큰 정치적 후퇴”라고 지적했다. 무역, 화웨이 등 이슈에서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총력전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홍콩 사태가 터지자 중국 지도부가 굴욕을 감수하고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법안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지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톈안먼(天安門) 시위 30주년(4일) 직후에 20대 대학생들이 주도한 톈안먼 시위를 연상시키는 홍콩 시위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홍콩 사태에서 람 장관보다 더 큰 패배자는 시 주석” “시 주석에게 끔찍한 시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중 무역전쟁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시장 주도 대 국가관리 경제 등의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사태 진정을 위해 람 장관을 퇴진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그의 능력을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퇴 및 사과 질문이 나오자 고개를 떨군채 눈을 질끈 감았다. 친중 매체 둥팡(東方)일보는 17일자 1면에 “홍콩 정부 통치권이 끝장났다”는 기사를 실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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