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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넘버3가 월드컵 거미손 톱3로… 세계가 ‘조현우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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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넘버3가 월드컵 거미손 톱3로… 세계가 ‘조현우 신드롬’

정윤철 기자 , 김재형 기자 입력 2018-06-29 03:00수정 2018-09-2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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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RUSSIA 월드컵]獨격파 카잔의 기적 이끈 ‘대헤아’
독일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는 경기가 끝난 뒤 유니폼을 그라운드에 집어 던졌다. 믿을 수 없는 패배에 화가 난 모습이었다. 잠시 뒤 그는 뚜벅뚜벅 한국의 골키퍼 조현우(27·대구)에게 걸어갔다. 그러고는 악수를 청하며 포옹을 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노이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맹활약한 조현우였다.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고 ‘카잔의 기적’을 이뤄낸 것은 골문을 든든히 지킨 ‘달구벌 데헤아’ 조현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26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조현우는 온몸을 던지는 ‘선방쇼’를 펼쳤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조현우를 한국-독일전의 맨 오브 더 매치(MOM·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골을 넣은 김영권, 손흥민이 아니었다. 사실상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한국의 ‘극장골’은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후반 2분 골대 바로 앞에서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가 홀로 점프해 날린 헤딩슛을 막아낸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조현우에게) 절을 해도 마땅할 정도의 완벽한 선방이었다”고 감탄했다. 조현우는 “크로스 타이밍과 공격수의 움직임 모두 분석한 그대로였기 때문에 몸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그때 골을 내줬다면 독일을 꺾을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한국이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조현우의 활약만큼은 눈부셨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대표팀의 ‘넘버3 골키퍼’로 평가받던 그는 1차전(스웨덴)에 선발로 나선 이후 연일 ‘선방쇼’를 이어가며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대표 수문장으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집계한 선방 횟수 순위(28일 오전 기준)에서 총 13개의 선방으로 노이어(11개)를 제치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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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의 스타 등극은 그의 철저한 상대팀 분석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현우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독일 선수들의 슈팅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슈팅 각도와 크로스를 올리는 지점까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런 조현우가 꼽은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두 번의 페널티킥 실점 장면.

조현우는 “상대 국가의 8년 치 페널티킥 자료를 모두 분석했다. 키커가 과거에 페널티킥을 찬 방향을 알고 있어서 그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그들(키커)이 조금 더 영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유럽의 빅 클럽들이 그를 노린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를 만큼 조현우의 위상은 높아졌다. 호주 ABC방송은 ‘독일은 무적의 골키퍼 조현우를 뚫어내지 못했다’고 보도했고, 스페인 언론 아스는 ‘조현우가 펼친 환상적인 월드컵 활약으로 차기 행선지가 유럽이 될 수도 있다’며 유럽행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영국 BBC는 조현우에게 평점 8.85점을 매기며 독일 노이어(2.59점)는 물론이고 골을 터뜨린 손흥민(8.75점), 김영권(8.37점)보다 높은 평점을 부여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아직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그는 “(입대를) 개의치 않는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이지만 각종 댓글 등에선 “넌 괜찮다지만 우린 너를 보낼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28일 조현우의 에이전트(이카루스)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보도와는 달리 아직 직접적으로 조현우의 영입을 위해 접촉해온 유럽의 빅 클럽은 없다. 동물적 반사 신경과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이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를 닮아 ‘달구벌 데헤아’로 불리는 조현우는 월드컵을 통해 ‘대헤아(대한민국+데헤아)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개인적으로 데헤아를 좋아하기 때문에 애칭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헤어스타일은 데헤아를 따라한 것이 아니다. 아내가 내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추천한 것이다”며 웃었다.

대회 이후 그를 향한 국내의 뜨거운 반응은 아직 실감이 안 가는 모양이다. 조현우는 “인기 실감하나?”라는 질문에 “인기는 잘 모르고 아내가 밖에 나가면 자신도 알아본다고 했다. 저는 K리그 선수이고 아직 시즌도 끝나지 않아 귀국 이후 팀(대구FC) 훈련 복귀 일정을 언제 할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은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선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상대의 수많은 크로스를 펀칭으로 막아낸 그의 오른팔에는 아내 이희영 씨(29)의 얼굴 문신이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아내와 딸 하린 양(9개월)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겼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월드컵에 내가 왔고, 이제 꿈을 펼칠 시간이야. 멋진 남편이자 아빠가 될게.” 조현우는 “독일전에서 우리가 보여준 모습이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의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투혼을 발휘해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카잔=정윤철 trigger@donga.com / 김재형 기자
#대표팀 넘버3#월드컵 거미손 톱3#조현우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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