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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총장 “도전은 이화의 힘… ‘여성들의 분야’ 넘어 이공계 역량 강화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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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총장 “도전은 이화의 힘… ‘여성들의 분야’ 넘어 이공계 역량 강화 집중”

강수진 부국장 , 임우선 기자 입력 2018-05-31 03:00수정 2018-05-3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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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29일 동아일보와 가진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화의 힘은 남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데서 나온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여성은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을 이기고 미래를 이끄는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화여대가 미래를 이끄는 여자대학이 되려면 여성들의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됐던 것들에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여학생들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시대의 변화를 이끌 분야로 인도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5월 31일 이화여대 제16대 총장이 된 김혜숙 총장(64)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김 총장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파문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학교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화여대 131년 역사상 첫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돼 높은 관심을 받았다.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총장은 “지난 1년을 이화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썼다면 남은 임기는 이화의 도전하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했는데 지난 1년이 어땠는지….


“학교가 좋은 상황일 때 취임했다면 성과라든지,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상황이 상당히 어지러웠던 터라 학내를 안정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정유라 씨 사태를 겪으면서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화여대에 대한 비난에 여혐(여성혐오)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런 부분을 보듬고 치유하는 데 역점을 뒀다. 최근에는 학생들 상황이 많이 안정됐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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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총장이 됐는데, 교수일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실 교수는 다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공부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의 문제의식과 지적 호기심을 좁게 정의된 전문영역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발전시키면 된다. 총장은 다르다. 교수, 학생, 직원, 용역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내가 익숙했던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하게 된 셈이다. 막상 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 공부가 제일 쉬웠다(웃음).”

―정유라 씨 사태 이후 이화여대의 위상 하락에 대한 우려도 많았는데….

“학내 구성원들도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입시철에 입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나왔는데, 걱정과 달리 2018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들의 점수가 오히려 올라갔다. 앞으로 여성 교육에서 이화여대의 임무를 더욱 정교하게 정립하고 미래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에 이화여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간 이화여대는 우리나라의 여성 고등교육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이끌어 왔다. 세계적으로 이화여대만큼 긴 역사와 큰 규모를 가진 여자종합대학이 없다. 단 1명의 학생에서 시작한 학교가 2만5000명의 재학생과 22만 명의 동문을 가진 학교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이화여대 출신 교수 수가 3000명을 넘는다. 국내 100대 그룹의 비오너 출신 여성 임원 가운데 이화여대 동문이 가장 많다. 역대 여성 국회의원 중에서도 이화여대 출신이 압도적이다. 그만큼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할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정신을 살려 이화여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찾고 그 의미를 보여줘야 한다.”

―총장으로서 강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이다. 이화의 힘은 남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데서 나온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을 깨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 여성이라고 해서 억압받거나 주눅 들지 않고 이화라는 공간을 통해 자유롭게, 재밌게, 열심히 학생들이 자신을 펼치길 바란다. 도전하는 길에는 언제나 힘든 일이 생긴다. 그래도 꿋꿋하게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힘들 때면 항상 엄마 세대를 생각한다. 끔찍한 전쟁을 겪고도 자식을 봐서 버텨 온 분들이 엄마들이다. 그런 엄마의 마음, 그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어떠한 난관도 뚫고 이겨낼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 ‘미투’, ‘여혐’ 등 남녀 갈등 구도 속에서 ‘펜스룰’ 등 사회에 진출한 여학생들의 어려움이 큰데….

“참 어려운 문제다. 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리리라 본다. 남성이 여성을 대할 때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태도를 먼저 익혀야 한다. 그런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여성 인권의식이 높다.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돼 있어 역반응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우리가 겪어야 하는 문제다. 힘들어도 잘못된 것엔 순응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이공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현재 이화여대에서 가장 큰 단과대는 공대다. 과거에는 인문대나 사범대였지만 이제는 공대가 제일 크다. 미래를 이끄는 여자대학으로서 이화여대가 살아남으려면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여성들의 분야’나 ‘여성들의 직업’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시대의 변화나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인간의 문명을 이끌어갈 대학의 지적 동력을 스스로 창출해 내야 한다. 지금은 기술 주도 사회다. 문과든 이과든 기술 역량은 기본이 돼야 한다. 여성이 이 변화에서 뒤처지면 여성들은 또다시 사회의 후발 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여학생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가 빨리 가야 한다.”

―투자에 걸맞은 성과가 있었나.

“최근 몇 년간 이화여대가 리서치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앞으로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매년 100억 원 가까이 되는 예산을 10년 동안 지원받아 물리학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양자 나노 과학을 연구할 별도의 연구협력관도 짓고 있다. 여학생들은 물리학에 약하다는 그런 사회적 편견에 계속 도전할 것이다. 나노 화학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솔베이, 바스프 등과 긴밀한 연구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집중 투자할 것이다.”

―창업 등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이화 52번가’라고 우리 학교만의 독특한 사업 모델이 있다. 학교 정문 바로 옆에 죽어가던 뒷골목 상권이 있었다. 과거 잘나가는 패션 상권이었는데 권리금이 오르고 상권이 이동하면서 점포가 텅텅 비는 등 지역경제의 문제가 됐다. 여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학교와 지역이 합심해 ‘청년 스타트업의 창업 공간’으로 꾸몄다. 학교에서 배출한 예비창업자들에게 이 공간을 제공했다. 건물 임대료의 안정화를 위해 학교 자금으로 5년간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다. 폐허나 다름없던 골목이 청년 창업가들의 트렌디한 레스토랑, 디자인 상점, 갤러리 등으로 채워지면서 과거보다 2배 이상 유동 고객이 늘었고 공실률도 50%에서 5% 밑으로 떨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둘러보고 ‘이게 바로 내가 원한 모델’이라고 했다더라.”

―남은 임기 동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디지털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나 강의실 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 지금의 대학 환경은 3차 산업시대에 맞춰져 있는데 앞으로는 커리큘럼도 문·이과가 교차로 복수전공을 할 수 있도록 바꾸려 한다. 우리 학교가 진지한 연구 집단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리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새로운 대안적 지식과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도록 하고 싶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사실 10년 가까이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우리뿐 아니라 많은 우수한 대학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최근 동문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월 1만 원씩 기부하는 ‘선배라면’이란 소액 장학금 기부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려 24억 원의 기금이 마련됐다. 이 돈은 학교 안에 쌓이는 것이 아니고 들어오는 즉시 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빠져나간다. 선배의 1만 원이 후배에게 직접 장학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사회에 진출한 여성 선배들이 더 많은 후배를 끌어주길 바란다.”
인터뷰=강수진 부국장·정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화여대#김혜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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