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연 경의선 책거리 총감독 “흥청대는 홍대 앞? 조용히 책 읽는 숲길도 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의선 책거리’ 기획 김정연 총감독
가장 으슥했던 옛 경의선 철길 터에 공원-서점 공존하는 시민 쉼터 조성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가장 음침했던 경의선 철길 터가 책의 거리로 변했다. 공간 연출을 기획한 김정연 씨는 “밤 문화로 가득 찬 홍대 거리에 밝고 조용한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가장 음침했던 경의선 철길 터가 책의 거리로 변했다. 공간 연출을 기획한 김정연 씨는 “밤 문화로 가득 찬 홍대 거리에 밝고 조용한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언제부턴가 서울 홍익대 앞은 복잡한 밤 문화의 거리가 돼 버렸죠. 이곳에 밝고 조용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경의선 책거리’ 기획 책임자인 김정연 총감독(40)은 “예술의 거리에서 유흥가로 변한 홍대 앞에 공간의 정체성을 다시 심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의선 책거리는 지하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시작해 길이 250m의 옛 경의선 철길 터에 들어선 공간이다. 공원과 서점 기능이 공존한다. 이곳은 책거리가 생기기 전까지 홍대 근처에서 가장 어둡고 으슥한 공간으로 인식됐다. 새로 조성된 책거리에는 문학부터 아동, 예술, 여행 서적까지 다양한 책이 9개 주제별로 분류돼 철길을 형상화한 가건물에 차례로 전시됐다. 가건물 안에서는 책을 읽거나 살 수 있다.

 공간을 꾸미는 과정에서 김 감독이 우선 염두에 둔 것은 ‘지역 정체성’이었다. 특히 경의선 철길 바로 옆에 살던 주민들의 의견을 먼저 들었다.

 “경의선 철길은 과거에 살인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음침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밝고 개방된 분위기로 만드는 데 신경을 썼죠.” 김 감독은 내년에 책거리의 조명을 보강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구에 가장 많은 업종이 여행사라는 점도 공간 배치에 반영했다. 책거리 초입에서는 여행 관련 책들이 먼저 보이게 했다.

 김 감독은 공연, 전시 분야에서 보기 드문 ‘책 행사 전문 기획자’다. 연극제, 페스티벌을 기획하다 2005년 경기문화재단에서 도서관전을 기획한 것을 시작으로 책 행사와 인연을 맺었다. 그 뒤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 ‘서울국제도서전’ 등 굵직한 행사를 도맡아 왔다. 그는 “책은 정적인 매체처럼 보이지만 가장 빨리 트렌드를 흡수하고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가진 매체”라며 “이런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즐겁고 쉬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책 행사에서 필수인 ‘저자와의 만남’은 베테랑인 그에게도 아직 진땀 나는 일이다. 책을 쓰는 동안 외부와 연락을 끊는 작가도 많고 글로 소통하는 작가들의 특성상 독자를 직접 만나 말로 소통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저자도 적지 않다. 지금도 김 감독은 출판계 사람들과 수시로 만나 ‘얼굴 도장’을 찍으며 인맥을 쌓고 있다.

 그는 책 행사 기획으로 전문 분야를 개척했지만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왔다. 대학에서는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13년 전 우연히 배우게 된 살사·탱고 실력은 대학 강의까지 나갈 정도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은 행사 기획에도 반영된다. 그가 지휘하는 책 행사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경의선 책거리에도 디자이너들이 만든 책 디자인 전시회와 ‘팝업북’(책을 펼치면 모형이 입체로 펼쳐지는 책 공예) 만들기 프로그램 등 이색 행사들이 잇달아 진행된다.

 “경의선 책거리는 앞으로도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변화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가장 해 보고 싶은 책 전시는 어떤 것인지 물었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즐기고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린이 복합 문화공간’이라고 할까요. 아이들 가족도 편하게 찾아와 머물 수 있는 공간이면 더 좋겠죠.”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정연#경의선#책거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