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배우’… 대하사극 ‘대조영’ 주연 최수종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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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배우’ 최수종이 조선 고려 통일신라를 거쳐 발해의 영웅으로 나온다. 그는 KBS1 ‘태조 왕건’(2000년), KBS2 ‘태양인 이제마’(2002년), ‘해신’(2004년) 등 각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역할을 한 데 이어 16일 처음 방영되는 KBS1 ‘대조영’(토일 오후 9시 반)에서 발해의 시조 역을 맡는다. 10일 경기 수원시에 있는 KBS드라마제작센터의 ‘대조영’ 촬영장에서 최수종을 만났다.

최수종은 출연 제의를 받은 뒤 대조영을 다룬 역사책과 소설을 읽으며 작품에 몰입했다. 한민족의 고대사를 왜곡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주몽’(MBC), ‘연개소문’(SBS) 등 사극이 주목받고 있는 요즘, 발해의 시조로 나오는 최수종은 어떤 심정일까.

“중국의 위협을 이겨낸 대조영은 위대한 영웅이고, 우리 민족은 작지만 강한 존재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삼국사기 등에 따르면 대조영은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에 끌려간 고구려 유민을 탈출시키고 측천무후와 거란의 명장 이해고가 지휘한 당군을 격파하고 동모산 인근에 발해를 건국한다.

“사극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이기 때문에 극적 효과를 살리다 보면 역사 기록과 다른 점이 있죠. 하지만 사극 ‘대조영’이 강조하는 점은 미국의 개척정신처럼 발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을 찾는 과정이에요.”

연출을 맡은 김종선 PD는 “‘대조영’을 시청하는 젊은이들이 한민족의 자긍심을 발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의 기피 대상이라는 사극에 줄곧 출연했다. ‘태조 왕건’ ‘해신’ 등에서 무거운 갑옷을 입고 말을 타는 고된 역할이 많았다. ‘대조영’ 섭외 이전에 주말극 제의를 받고 고민하기도 했다.

“현대극이 몸은 훨씬 편해요. 하지만 ‘주몽’ ‘연개소문’ 등 고대사를 다룬 사극 소식을 듣고 욕심이 생겼죠.”

그는 1987년 KBS ‘사랑의 꽃피는 나무’에서 ‘꽃미남’ 청춘스타로 데뷔해 연기자 생활 20년을 맞고 있다. 장수 비결을 묻자 “배우에게 연기는 길고 인기는 짧다”고 답했다.

“‘질투’로 인기가 한창일 때 한진희 선배가 ‘소주 한잔하자’면서 말씀해 주시더군요. 스타는 평생 가지 않는다고. 인기에 연연해 연기자의 본분을 잊는 후배들이 안타까워요.”

최수종에겐 ‘모범 남편’ ‘모범 가장’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부인 하희라와 가정을 이룬 뒤 변함없이 자상한 모습이 여러 차례 공개됐다.

“이젠 그 이미지가 부담스러워요. 가끔 친구들이 새벽에 술 마시자고 연락이 와도 오해 살까 봐 선뜻 나가지 못하고. 마음은 어울려 놀고 싶지만 자제합니다.”

올해 44세로 중년.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한 그는 “요즘은 밥이나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고 고기와 야채, 집사람(하희라)이 챙겨 주는 미숫가루와 청국장 가루를 틈틈이 먹는다”며 “보톡스나 성형 대신 꾸준히 운동하며 관리한다”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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